서른 살 흙수저도 부자 되는 고전적 방법
허구한 날 유튜브만 하고 노는 줄만 알았던 골칫덩이 아들이 대박을 터뜨려 신형 그랜저를 몰고 나타나자 시골 어머니가 반색하며 이렇게 말한다. "성공한겨?"
굳이 소유한 자동차로 성공의 기준을 가늠한다면 꼭 '그 차'를 타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광고 멘트가 담긴 건 '차를 소유하는 것=중산층'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뿌리 깊기 때문이다.
그런데 10억 자산가가 경차 레이를 몰고 다니면 덜 성공한 사람일까? 여러분도 알다시피 그렇지 않다. 중요한 건 진짜 부자들은 보이는 것들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부자처럼 보이려고 애쓰지 말아라
「부자 되는 습관」의 저자이자 수천 억 자산가인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에게 없는 건 딱 하나, 자동차다. 실적이 좋지 않았던 운용사의 CEO로 부임해 의전 차량이 제공되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고 한다. 대신 그는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대중교통으로 서울을 누빈다. 게다가 여름에 입는 하얀 셔츠는 다이소에서 구매한 5천 원짜리 특가 제품이다. 하지만 이를 트집 잡아 그가 성공하지 않았다고 볼 부분은 없다.
월가의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 CEO인 그가 한국에 돌아온 뒤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주변에 당부했던 말이 '부자처럼 보이려 하지 말아라'라는 말이다. (초기에는 더 직설적으로 '가난해지려 애쓰지 말아라'였다.)
할부 이자까지 더해 소비한 수입 자동차 가격, 비싼 스마트폰과 통신요금, 화장품, 심지어 매일 편의점과 프랜차이즈를 오가며 소비한 만큼 우린 부자 될 기회비용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소비하는 건 모두 '마음의 문제'
우리가 알게 모르게 날려버린 '기회비용'은 지난 석 달간 카드 명세서에 고스란히 찍혀있다. 딱 3달치를 뽑아 내가 무엇을 질렀는지, 그중에 어이없게 소비한 항목이 보인다면 위에서부터 하나씩 형광펜으로 그어보자. 당시엔 의식하지 못했던 항목들, 아마 절반 이상이 형형색색으로 덮일 것이다.
소비한 이유도 대개 합리적이지 않다. 출근이 늦어 덥석 택시를 잡아탔거나, 습관적으로 커피를 사 마신다거나, 기분에 술을 한 턱 샀거나, 새로 나온 무선 이어폰과 스마트폰을 질렀다거나, 모바일 게임에 빠져 값비싼 비용을 냈거나, 미처 파악하지 못한 각종 구독료 혹은 무엇을 질렀는지 항목으로 도저히 알기 어려운 것들이 수두룩하게 드러난다.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출산한 부부라면 10년 뒤에 방구석에 처박힐 액자 세트, 앨범에 수백만 원을 기꺼이 지불한다. 알콩달콩한 시절, 예쁜 아이 얼굴을 담고 싶은 '마음'탓이지만, 수백만 원도 함께 골방 먼지로 사라진 사실을 우린 알지 못한다. 그 돈을 적금에 넣거나 펀드로 담아뒀다면 같은 기간 얼마로 변해있을까? 이 돈들은 모두 우리가 '가난해지려 애쓰느라' 놓쳐버린 목돈들이다.
재테크는 '기술'이 아니라 '습관'이다.
정말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차근차근 엉망이 된 명세서부터 정돈할 필요가 있다. 여러분도 할 수 있다. 무턱대고 아끼고 짠순이 짠돌이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외모를 가꾸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마트에서 덜컥 계획하지도 않고 쓰던 항목만 줄여도 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빼도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다. 대기업 직장인이 아니라 월급 200만 원으로도 시간을 투자하면 종잣돈을 만들 수 있다.
습관을 바꾸기로 했다면 이제부터는 간단한 더하기, 곱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한 달 평균 월급은 약 250만 원에 못 미친다. 그런데 이 가운데 월세살이와 한 달 소비할 용돈 대략 100만 원 정도를 제하고 매달 150만 원가량은 저축할 수 있다.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연 이자가 1%대 수준임에도 적금 통장에 꼬박 1년을 넣으면 약 1,800만 원이라는 목돈이 쌓인다. 이대로 5년여 기간에 1억 원을 모을 수 있다.
하지만 취업했다고 '체크카드'가 아닌 신용카드부터 덥석 만들었다면 이 숫자는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매달 쌓이는 카드 할부를 갚느라 내가 통제하기 어려운 빚이 영원히 늘어나는 걸 경험하게 될 거다.(이걸 줄이는데 더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사회 초년생 시절에 나를 위해 1년을 이렇게 소비했더라도 늦지 않다. 아직 20대 후반, 30대 초반이라면 모두 복구하고도 남을 황금 같은 '시간'을 쥐고 있으니까.
적은 현금으로 주식이나 비트코인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등 떠밀려 덜컥 단타 매매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남의 말을 듣고 샀다면, 아마도 매일 잘 알지도 못하는 코인, 종목의 롤러코스터 같은 차트를 보느라 심장을 졸이거나, 운 좋게 상한가를 맞아봐야 고작 푼돈 밖에 쥐지 못한 여러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운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여러분의 실력, 현금으로 필사적으로 종잣돈을 모아야 한다.
종잣돈을 쥐었다면, 이제부터 진짜 게임
1억이 쌓이면 이제부턴 자산을 불리는 속도만 고르면 된다. 인플레이션으로 돈의 가치가 줄어드는 걸 막기 위해 주식, 펀드 혹은 약간의 레버리지를 일으켜 소형 주택으로 차익을 내는 방식도 가능해진다. 10% 수익이라면 세전 매년 1,000만 원. 5%만 수익을 남겨도 500만 원으로 매년 새로운 투자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자, 처음으로 돌아가자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하게 나온다. 엉망이 된 카드 명세서, 한 달에 얼마씩 소비하는지 알지 못했던 모습을 정리하는 게 먼저다. 그러고서 5년간 습관을 다듬어 만들어낸 전리품을 통장에 숫자로 얻게 될 것이다. 물론 1억이 있다고 부자라고 하지는 않는다. 2018년 KB금융 조사에서 부자들의 평균 종잣돈은 약 7억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천만 원으로 자산을 굴리는 것과 1억 원으로 굴리는 것 하늘과 땅 차이다. 목돈을 쥐는 방법을 알았다면, 취준생 시절 돈 한 푼 없이 고생한 여러분도 부자가 될 수 있다.
#회사원 #1억원 #부자 #서른살 #주토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