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면 안 되겠니? 다른 곳으로 흐르지 말고. 제발.
#1. 1차 시기
“아빠, 쉬, 쉬!” (둘째가 발을 동동거린다.)
- 어, 어, 어, 빨리빨리~.
- 여기, 여기, 서서,
- 내려, 바지부터 내려, 어, 어?
- 아, 안돼! (아빠는 울상, 둘째는 시원)
둘째의 바지와 팬티, 화장실 문턱, 그리고 내 손은 금세 젖어 버렸다.
#2. 2차 시기
“아빠, 쉬, 쉬!” (둘째가 발을 동동거린다.)
- 헙, 빨리빨리~.
- 여기 서서, 잠깐, 자암깐!
바지, 팬티 동시에 척! (내리자마자)
- 어, 아, 안돼! (아빠는 울상, 둘째는 역시 시원)
- 얌마, 너무 빠르잖아! 갖다 댈 때까지 기다려야지!
둘째의 바지와 팬티, 화장실 문턱, 그리고 내 손은 오늘도 축축하다.
#3. 3차 시기
“아빠, 쉬, 쉬!” (둘째가 발을 동동거린다.)
- 어이쿠, 참아, 참아. (이번만은 꼭! 아빠는 성공을 굳게 다짐한다.)
- 빨리, 이리 와, 여기, 서, 서.
바지, 팬티 동시에 척! (내리자마자)
들고 있던 미니 소변기를 착! (갖다 댄다.)
- 발사! 어, 어?
- 아, 안돼! (아빠는 울상, 둘째는 역시나 시원)
- 아뿔싸……, 고추 떼는 거 깜박했네.
둘째의 바지와 팬티, 화장실 문턱아, 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4. 4차 시기
“아빠, 쉬, 쉬!” (둘째가 발을 동동거린다.)
- 그래, 응, 응, 참아, 참아. (다급해 보이는 표정에 속지 말자. 같이 급하게 굴면 낭패다.)
- 어, 이리 와, 이리 와.
바지, 팬티 동시에 척! (내리자마자)
미니 소변기를 착! (갖다 대면서 거듭 묻는다. “고추 뗐어? 고추 뗐어?”)
둘째가 스스로 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후,
- 좋아, 발사! (아빠는 감격, 둘째도 시원, 뿌듯)
쏴아~. 톡톡톡... 톡톡... 톡. (소변기 끝으로 마지막 한 방울까지 처리한다.)
둘째의 바지와 팬티, 화장실 문턱과 내 손, 모두가 무사하다. 드, 디,어.
의기양양해 보이는 둘째가 아빠를 보고 배시시 웃는다.
“아(→) 빠(↗)~, 나(↗) 고(→) 추(↗) 땠(↗)어(→) 요(↘).”
- 그래, 네가 그렇게 웃을 수만 있다면 아빠가 앞으로 무엇이든 못 받아 주겠니?
아버지와 아들이 마주 보며 미소 지었다.
세면대에 걸린 양치컵의 뽀로로가 이 광경을 환한 미소로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