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의 모든 것을 향해
당신이 평생 동안 드릴 수 있는 기도가 오직 ‘감사합니다’ 하나뿐이라도, 그것이면 충분하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눈을 뜰 수 있다. 눈을 뜨면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새벽녘의 찬 공기다. 푸른 향이 풀내음에 덧대져 시리지만 어딘가 나른하다. 코를 들어 올린다. 향을 깊이 맡을 수 있다. 맡고 또 말할 수 있다. 혓바닥을 들어 올려 이리저리 움직이다 튀기듯 잇몸과 입천장을 두들긴다. 목이 울려 소리가 나온다. 말을 할 수 있다.
말을 전하면 누군가가 듣는다. 들어주니 답한다. 그들은 내 의도대로 들었을까? 허나 어찌 되었건 의도의 전달과 이해는 전부 반쪽짜리로만 가늠할 수 없지 않은가. 이러한 한계에 도달하여 어딘가 역경 같은 관계가 추호에 던져진다. 하지만 이런 몰이해라는 것이라도 우리는 함께 웃을 수 있다. 공유하는 물줄기 같은 맥락이 우리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감정은 통했으니 우리는 같은 눈물을 흘릴 수 있다.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어쩌면 내게 면역 반응으로 저항의 고개를 움츠리게 하는 타자의 현현이라 할지라도 무너지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그리 생각하며 나는 내 앞에 것을 본다. 식탁 위에 식판이다. 식판 위에 음식이다. 나는 뚫어져라 쳐다본다. 누구의 손길을 건너 돌아온 이것은 언젠가의 소산물이었으리라. 그것이 지금 내게 이렇게 다가왔다니 - 이것은 손떼를 타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음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아예 못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오물거리며 음식을 씹는다. 그리 할 수 있다. 이빨이 밥알을 뭉갠다. 혓바닥이 침들을 뒤섞는다. 달랐던 것들이 손을 타 하나가 모였다가, 이제는 입에서 하나로 뒤섞인다. 이제 내 안에 들어와 온전히 하나가 되리라. 나는 먹을 수 있다.
손을 모으고 하나 된 것들을 향해 감사를 올린다. 하늘을 본다. 해가 떠오고 있다. 새파란 하늘이 내리쬐는 햇볕과 함께 다가온다. 구름이 피어오르며 바람과 함께 몸을 움직인다. 손으로 공기을 뒤엮는다. 나는 세상을 만질 수 있다.
이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다.
그것으로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