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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pr 25. 2024

잘 노는 사람이 위대한 사람이다


세상은 놀거리로 가득 차 있고 인생은 평생 놀이를 즐기다 간다.

“놀고 있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요즘 뭐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논다고 한다.

집에서도 놀고 사무실에서도 논다고 한다.

일하느라 바쁘지 않냐고 물으면 노느라고 바쁘다고 한다.

그렇다고 내가 정말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처한 사회적인 위치에서 남들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내 인생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과거 몇 년 전의 나보다 요즘의 내가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많은 것들을 ‘일’이라고 생각하면 도저히 못 할 것 같다.

일에는 보상이 따라와야 하는데 내가 하는 일에 비해서 내가 받는 보상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보상을 생각하면 내 자신이 초라해질 수 있다.

그래서 일이라기보다 놀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놀이는 보상이 따라오지 않고도 즐겁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을 놀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다.

덴마크의 한 시골마을 목수였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Ole Kirk Kristiansen)이란 인물도 그랬다.

1930년대에 세계적인 대공황으로 일거리가 줄어들자 그는 자신의 손재주를 이용해서 장난감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무로 만든 자동차, 요요 같은 것들이었다.

그의 장난감들은 모두가 미완성이었다.

장난감이 완제품이 되려면 아이들의 손길이 닿아야 했고 상상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올레가 만든 장난감들은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했고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그래서 그는 아예 회사 이름을 ‘레고(Lego)’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장난감 생산업에 뛰어들었다.

레고는 ‘레그 고트(leg godt)’라는 덴마크어에서 유래된 말인데 ‘재미있게 잘 놀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올레가 만든 장난감은 미완성인 채로 판매되었다.

장난감에 생명을 불어넣으려면 아이의 손길과 상상력이 닿아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장에 큰 불이 나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공장을 복구하면서 올레는 무겁고 잘 부서지는 나무 장난감 대신 새로운 소재의 장난감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긴 시간 연구 끝에 드디어 플라스틱으로 장난감을 만들게 되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서 올레는 아이들이 하나의 장난감에 금방 싫증을 내는 것을 보고 여러 모양으로 변형이 가능한 장난감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블록 장난감이다.

블록 윗부분에 요철을 만들고 아랫부분에는 빈 공간을 둠으로써 여러 개의 블록들을 서로 결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블록들을 손에 쥔 아이들은 자기만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기발한 작품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였다.

레고는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시시한 장난감의 범주를 뛰어넘어서 위대한 조형물이나 예술품을 만드는 도구가 되기도 하였다.

놀이가 창작 활동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인류의 위대한 유산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그 밑바탕에는 놀이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위대한 미술품의 시작은 장난 삼아 색깔을 칠한 놀이에서 시작되었다.

끄적거린 조잡한 그림에서 시작되었다.

마음을 울리는 위대한 선율도 장난 삼아 이것저것 두들겨 보는 놀이에서 시작하였다.

두들기다 보니까 소리가 났고 그 소리의 높낮이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음악이 발전하게 된 것이다.

위대한 문학작품도 깨작깨작 써놓은 글놀이에서 시작되었다.

단어 맞추기 같은 글놀이가 하나의 문장을 이루고 그게 한 문단을 이루고 한 편의 작품을 이루게 되었다.

뜀박질하던 놀이가 발전하여 육상경기가 되었고, 친구들과 엉겨 붙어 엎치락뒤치락했던 놀이가 씨름이 되고 레슬링이 되었다.

우리가 문명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은 다 놀이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니 잘 노는 사람이 큰일을 할 사람이고 잘 노는 사람이 위대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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