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590년경에 지금의 튀르키예에 있던 리디아라는 나라에는 크로이소스라는 왕이 다스리고 있었다.
그는 주변 여러 나라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였고 막대한 부를 거둬들였다.
자연히 리디아의 수도였던 사르데스에는 여러 유명 인사들이 방문하는 국제적인 도시가 되었다.
아테네의 정치가였던 솔론도 그곳에 잠시 들른 적이 있었다.
솔론은 아테네의 법률을 제정한 대단한 인물이었기에 크로이소스도 그를 무척 환대하였다.
크로이소스는 솔론에게 왕궁의 보물창고를 보여주면서 자신의 부귀함을 자랑하였다.
그리고 솔론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하였다.
“그대가 이제까지 본 사람 중에서 누가 제일 행복한 사람인 것 같소?”
당연히 이 질문에는 자신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대답을 듣고 싶어 하는 크로이소스의 의도가 들어 있었다.
그런데 솔론은 크로이소스에게 아첨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에 있는 말을 그대로 들려주었다.
“왕이시여, 제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아테네의 텔로스라고 생각합니다.
텔로스는 부유한 나라에서 태어나 잘 성장하였고 결혼하여 훌륭한 자식들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식들에게서 모두 아이들이 태어났는데 한 사람도 빠짐없이 잘 살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텔로스는 생활도 유복했고 죽을 때의 모습 또한 훌륭했습니다.
아테네가 전쟁을 치를 때, 텔로스는 전장에 뛰어들어 아테네를 구원하였고 훌륭하게 전사하였습니다.
그래서 아테네 시민들이 국비를 들여 그를 매장하였고 그의 명예를 크게 기리고 있습니다.”
솔론이 이처럼 텔로스가 행복한 까닭을 일일이 설명하자 크로이소스의 얼굴은 점점 굳어져 갔다.
무척 기분이 상한 말이었지만 크로이소스는 왕의 위엄을 지키려고 얼굴빛을 조심하였다.
그는 자신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니라면 적어도 두 번째의 자리는 차지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솔론은 텔로스 다음으로 행복한 사람에 대해서 클레오비스와 비톤 형제를 들었다.
그 두 형제는 생활도 윤택했고 건강했으며 체육 경기에서 우승한 전력도 있고 부모님에 대한 효성도 지극했다.
그 두 형제가 세상을 떠나자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두 형제의 용감함과 지극한 효성을 칭찬했다.
아예 두 형제의 동상을 세워서 젊은이들에게 본받도록 했다.
실론은 이렇게 살다 간 클레오비스와 비톤 형제야말로 정말로 행복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크로이소스는 굉장히 언짢았다.
자신을 최고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워줄 줄 알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로이소스는 화를 내며 “그대는 나의 이 행복을 아무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는가?”라며 언성을 높였다.
솔론은
“왕이시여, 아무리 부유할지라도 끝까지 훌륭하게 일생을 마칠 수 있는 행운을 갖지 않는 한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말을 이었다.
“왕이시여, 사람의 일생을 70년이라 하고 그 70년을 날로 환산하면, 2만 5천 일이 넘습니다.
그 가운데 하루라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남아돌 정도로 돈이 많다 하더라도 끝에 가서는 불행한 자가 많고, 아무리 가난하다고 하더라도 행운을 누리는 자 또한 많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죽기 전까지는 그가 행복한 삶을 살았는지 불행한 삶을 살았는지 말할 수가 없습니다.”
크로이소스는 솔론의 말이 탐탁지 않았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크로이소스는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패해 키루스 대왕의 포로가 되었다.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 주었던 그 많은 재물과 넓은 영토와 수많은 백성도 모두 다 빼앗겼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실린 이야기인데 행복한 삶이란 과연 어떤 삶인지 깊이 생각하게 해 주는 이야기이다.
"내 삶이 행복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끝까지 살아본 후에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