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새벽 일찍 눈을 떴다.
다시 눈을 붙일까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밤에 일찍 잠이 든 덕분에 몸이 개운하다.
어제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몸이 곤했나 보다.
몸이 곤한 건 무엇 때문일까?
아마 마음 때문이리라.
마음이 곤한 건 무엇 때문일까?
아마 책임감 때문이리라.
어떤 책임감?
일에 대한 책임감?
그건 아니다.
일이야 내가 못해도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메꾸면 된다.
이 거대하고 조직화된 세계에서 내 자리는 항상 그 자리이다.
내가 그 자리를 떠나면 다른 사람이 앉을 자리이다.
일에 대한 책임감은 내가 그 자리에 앉았을 때만 지면 된다.
내 몸이 져야 할 책임감이다.
내 마음이 느끼는 책임감은 일에 대한 책임감을 넘는다.
그건 내 존재에 대한 책임감이다.
나 대신에 다른 사람이 앉을 수 없은 나만의 자리에 대한 책임감이다.
그 자리에서 나는 아버지로 불린다.
영원히...
다른 자리에서는
형, 동생, 선배, 후배로 불린다.
끝에 님자를 붙여서 고상한 척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나만의 자리
내 집에서는
나는 영원히 아버지로 불린다.
나 말고 다른 아버지는 없다!
아버지이기 때문에
아버지로 살아가야 하고
아버지로서 져야할 짐이 있다.
그건 책임감!
오늘도 그 책임감을 지고
현관문을 나선다.
사람들을 만난다.
허드렛일 같지만
아버지로서 해야 할 일이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가 된다.
우리는 아버지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