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아버지에게 화이팅!

by 박은석

얼떨결에 새벽 일찍 눈을 떴다.

다시 눈을 붙일까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밤에 일찍 잠이 든 덕분에 몸이 개운하다.

어제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몸이 곤했나 보다.


몸이 곤한 건 무엇 때문일까?

아마 마음 때문이리라.

마음이 곤한 건 무엇 때문일까?

아마 책임감 때문이리라.


어떤 책임감?

일에 대한 책임감?

그건 아니다.

일이야 내가 못해도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메꾸면 된다.


이 거대하고 조직화된 세계에서 내 자리는 항상 그 자리이다.

내가 그 자리를 떠나면 다른 사람이 앉을 자리이다.

일에 대한 책임감은 내가 그 자리에 앉았을 때만 지면 된다.

내 몸이 져야 할 책임감이다.


내 마음이 느끼는 책임감은 일에 대한 책임감을 넘는다.

그건 내 존재에 대한 책임감이다.

나 대신에 다른 사람이 앉을 수 없은 나만의 자리에 대한 책임감이다.

그 자리에서 나는 아버지로 불린다.

영원히...


다른 자리에서는

형, 동생, 선배, 후배로 불린다.

끝에 님자를 붙여서 고상한 척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나만의 자리

내 집에서는

나는 영원히 아버지로 불린다.

나 말고 다른 아버지는 없다!


아버지이기 때문에

아버지로 살아가야 하고

아버지로서 져야할 짐이 있다.

그건 책임감!


오늘도 그 책임감을 지고

현관문을 나선다.

사람들을 만난다.

허드렛일 같지만

아버지로서 해야 할 일이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가 된다.

우리는 아버지로 살아간다.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 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