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만으로 충분할까?

성실한 저축이 아쉬워지는 이유, 투자로 시선을 돌려야 할 때

by 페이서

아마 당신은 이런 사람일 겁니다. 매달 월급이 통장에 꽂히면, 50만 원이든 100만 원이든 가장 먼저 적금 통장부터 채우는 사람. 차곡차곡 쌓이는 숫자를 보며 안도하고, 은행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괜히 뿌듯해지는, 지극히 성실하고 꾸준한 당신 말입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질문이 마음속을 스치지는 않았나요? "이렇게 모아서 언제 집을 사지?", "내 돈은 언제쯤 불어날까?"


적금은 분명 우리에게 안심을 선물하는 '안심의 기술'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산 증식의 기술'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2024년 현재,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대략 4% 안팎입니다. 여기에 3%대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다면, 우리가 손에 쥐는 실질 수익은 1%도 채 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 돈은 불어나지 않고 그저 '가치 보존'만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당신의 성실한 저축이 아쉬워지는 이유입니다.


상상해봅시다. 한 달에 100만 원씩, 연간 1,200만 원을 10년간 모으면 원금은 1억 2천만 원이 됩니다. 여기에 단리로 붙는 이자는 기껏해야 1,300만 원에서 1,400만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만약 이 돈을 평균 배당수익률 5%의 배당주에 투자하고, 받은 배당금을 다시 투자하는 '복리'의 마법을 활용한다면 어떨까요? 10년 후 당신의 자산은 훨씬 더 큰 폭으로 성장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돈이 일하게 하는 구조'와 단순히 '돈을 모으는 구조'의 근본적인 차이입니다.


물론, 이 이야기가 '저축하지 말라'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꾸준히 모으는 습관은 그 어떤 투자 전략보다도 중요합니다. 핵심은 '모은 돈을 잠재우지 말고, 이제는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배당 투자, 복리, 현금 흐름. 아직 이 단어들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당신처럼 착실하게 살아온 이 시대의 개미 투자자들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한 투자 전략을 소개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당신이 돈을 위해 일해왔다면, 이제는 돈이 당신을 위해 일할 차례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적금이라는 익숙한 질문 너머의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이 순간입니다.


배당성장 투자 전략: 돈이 돈을 버는 시스템


이런 고민 끝에 발견한 해답 중 하나가 바로 '배당성장 투자 전략'입니다. 이 전략은 단순히 '현재 고배당률'만을 쫓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기업의 '실적과 배당금의 지속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춥니다. 기업이 성장기에 접어들면 실적과 함께 배당금도 꾸준히 늘어나는 경향을 보입니다. 기업이 착실하게 성과를 내고 주주의 요구에 부응할 때, 배당금은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법이니까요. 이는 곧 배당금이 증가하는 기업은 실질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는 강력한 신호이며, 주가 상승과 배당금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기회를 제공합니다.


특히 미국은 '주주 자본주의'가 깊이 뿌리내린 나라로, 한국보다 훨씬 성숙한 배당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사회의 결의만으로도 배당이 가능하여 신속한 배당이 이루어집니다. 반면 한국은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야 하죠. 미국에서는 50년 이상 연속으로 배당금을 증액한 종목을 '배당왕(Dividend King)', 25년 이상은 '배당귀족(Dividend Aristocrat)', 10년 이상은 '배당성취자(Dividend Achiever)'로 분류하며, 이는 그 기업의 탄탄한 재무 상태와 미래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15년, 애플이 6년 연속 배당금을 늘려온 것이 그 예입니다. 다행히 최근 국내 투자 환경도 점차 주주 중심의 배당 문화로 변화하는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배당 성장은 곧 기업 성장의 바로미터


배당금 성장률에 중점: 배당성장 투자는 단순히 정기예금 이자율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금액 이상의 배당으로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추가적인 배당금 증가와 시세 차익을 추구합니다. 예를 들어, 비자(V US)는 2010년 0.54%였던 배당수익률이 2018년에도 0.64% 수준으로 유지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주식 분할을 반영한 주당 배당금은 2010년 0.1376달러에서 2018년 0.92달러로 6.7배나 증가했습니다. 그럼에도 배당수익률이 낮게 보인 것은 주가가 20.5달러에서 130.94달러로 훨씬 더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일종의 '착시'이며, 진정한 배당 성장은 주당 배당금의 증가율에서 찾아야 합니다.


성장기 후반에서 성숙기로 이동하는 기업: 기업은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의 생애 주기를 거칩니다. 배당을 본격적으로 지급하는 시점은 성장기 중반부터이며, 배당성장 투자의 최적 대상은 기업이 성장기 후반에서 성숙기로 넘어가는 구간입니다. 이 시기에는 기업 실적이 안정적으로 증가하면서 배당금도 함께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배당금 성장은 곧 기업의 성장: 숫자로 조작될 수 있는 재무제표와 달리, 배당금은 주주에게 현금으로 직접 지급되는 것이기에 꾸밀 수 없습니다. 또한, 경영진은 미래 실적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만 배당금을 증액합니다. 따라서 배당금 증액은 긍정적인 실적 전망에 대한 가장 강력한 신호입니다. 실제로 25년 이상 배당금을 늘려온 기업들을 모아 만든 '배당귀족TR 지수'는 1998년 이후 연평균 9.8% 상승하여, 같은 기간 S&P 500TR 지수의 평균 수익률을 연평균 2.7% 포인트나 웃돌았습니다.


배당, 광산 속 카나리아일까?: 반대로 배당 삭감은 기업의 현재 상태가 매우 좋지 않거나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라는 경고 신호로 작용합니다. 마치 닥쳐올 위기를 미리 알려주는 '광산 속 카나리아'와 같습니다. JC페니가 2012년 배당을 삭감한 후 미지급을 선언하거나, GE가 2017년부터 연이어 배당을 삭감한 사례는 배당금의 변화가 기업의 미래를 얼마나 잘 예측하는지 보여줍니다.


시장 하락 시 하방을 지지하는 안전판 역할: 배당은 주가가 하락할 때 배당수익률 상승에 따른 매수세 유입을 유도하여 주가의 하방을 지지하는 안전판 역할을 합니다. 배당금은 소위 '깔고 가는 수익'으로, 주가가 일정 부분 하락하더라도 배당 수익은 꾸준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요 배당성장 ETF들은 S&P 500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낙폭과 빠른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배당성장으로 월 단위 현금 흐름 만들기 (feat. 월세 만들기)

배당투자,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는 수단: 2017년 이후 미국에서 급부상한 키워드인 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는 금융 투자를 통한 경제적 자유 달성과 조기 은퇴를 핵심 목표로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꾸준한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미국 배당주는 훌륭한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부동산 대신 리츠를 통한 현금 흐름 확보: 부동산 투자 대신 리츠(REITs)를 통해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리츠 배당주인 리얼티 인컴은 미국 전역의 5,600개 이상의 상업용 부동산을 관리하며, 2019년 1월 기준 연간 배당수익률 4.2%(세전)를 매월 지급했습니다. 공실 우려 없이 소액으로 부동산 간접 투자가 가능하며 월세와 같은 현금 흐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계좌 등락에 상관없는 월 단위 현금 흐름 확보: 코스피 200 기업의 분기 배당 비율이 3.96%에 불과한 것과 달리, S&P 500 기업의 78.4%가 분기 배당을 합니다. 이를 활용하여 1분기 배당그룹(1월, 4월, 7월, 10월), 2분기 배당그룹(2월, 5월, 8월, 11월), 3분기 배당그룹(3월, 6월, 9월, 12월)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매달 배당금을 받을 수 있어, 마치 월세와 같은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배당금 재투자로 복리 효과 극대화: 배당주 투자는 단기 매매보다는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배당수익률이 3%라고 할지라도, 배당금 증가율이 10%라면 14년 뒤에는 원금 대비 10%가 넘는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으며, 주가 상승은 덤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배당금 재투자 가정). 따라서 우량 종목들을 꾸준히 매수하고, 시간을 아군 삼아 배당금을 재투자해 나간다면, 당신의 평생 '월세'를 만들어 줄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적금 풍차돌리기와 ISA 계좌 활용: 돈을 일하게 만드는 연결고리


'적금 풍차돌리기'는 매달 일정 금액의 적금을 분산해 가입하여, 일정 시점 이후에는 매달 하나씩 적금이 만기되도록 만드는 현금 흐름 설계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1월에 1년 만기 적금을 가입하고, 2월에도 동일한 조건으로 또 하나를 가입하는 식으로 12개월 동안 이어가면, 다음 해부터는 매달 적금이 하나씩 만기됩니다. 이렇게 매달 돌아오는 만기 자금을 단순히 소비하지 않고,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로 옮겨 배당 ETF나 고배당 주식에 투자한다면, 그 적금은 비로소 '일하는 자산'으로 전환됩니다.


ISA 계좌는 순이익 200만~400만 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고, 초과분에 대해서도 9.9%의 낮은 세율로 분리 과세되기 때문에, 배당이나 이자 소득을 재투자하기에 매우 유리한 구조입니다. 적금으로 꾸준히 만들어낸 현금 흐름을 ISA 계좌의 투자금으로 전환함으로써, 시간은 조금 더 걸릴지라도 복리의 기초를 단단히 놓는 셈입니다. 이 전략은 '돈을 모으는 성실한 습관'과 '돈이 스스로 일하는 구조'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줍니다. 결국 매달 적금 만기 → ISA 계좌로 투자 → 매달 배당금 수령 → 재투자라는 선순환 고리가 완성되면서, 당신의 자산이 스스로 굴러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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