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슨 사과를 먹을까?

미국 과일 고르는 재미가 있는 Whole Foods Market 에서

by 퍼시픽워드샵


엘에이에서는 돈이 없어서 과일(!)을 먹는다는 말을 한다. 우스갯소리지만 그만큼 과일의 종류가 다양하고 다른 식재료 비해 저렴하다는 말이다. 마트에 가면 패션푸르츠, 체리, 서양배, 석류, 파인애플 같은 과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속이 핑크빛인 카라카라(cara cara) 오렌지나, 자두와 살구를 섞은 플럼캇(plumcot) 같은 신품종들도 보인다.


그런데 이색적인 과일이 많을수록 편안한 맛을 찾게 된다. 사과처럼. 요즘 나는 사과에 빠져 있다. 화려한 열대과일들보다도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사과가 제일 좋다. 날씨가 추워지고 엘에이에 본격 사과 시즌이 온 뒤로는 사과가 더 달아지고 쥬시해져서 이런 게 꿀사과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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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에이 홀푸드(Whole Foods Market, 미국의 프리미엄 유기농산물 매장)에 사과철이 도래했다.


아기 있는 집이다보니 집에 과일이 떨어질 날이 없다. 어른들 먹는 김치나 술은 없어도. 엘에이 엄마들은 모이면 요즘은 어느 마트 어떤 과일이 신선하고 맛있는지 얘기한다. 친한 언니가 홀푸드(Whole Foods Market) 과일이 실패가 없다고 말해준 뒤로 과일 장은 거의 홀푸드에서 본다. 홀푸드는 미국 전역에 퍼져있는 프리미엄 유기농산물 마트. 그런데 다닐수록 느끼는 건 여긴 단순히 비싼 마트라기보다는 식재료를 브랜드처럼 큐레이션 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미국 마트들은 모두 시즌널리티에 맞춰 매장 래핑을 하지만 홀푸드는 그 분위기가 덜 과장되고 감각적이다. 그리고 홀리데이뿐 아니라 제철과일, 그러니까 과일의 시즈널리티까지 고려하는 느낌. 딱 지금 이 시즌 가장 맛있는 과일을 중심으로 다채롭게 매대를 구성한다. 블루베리만 해도 그렇다. 랄프스(Ralphs)나 본스(Vons)에는 기본 품종만 있는데 홀푸드에는 요즘 유행하는 점보(Jumbo) 블루베리부터 The Sweetest Batch(단맛 보장 블루베리) 등 취향껏 고를 수 있는 옵션이 있다. 패키지 디자인과 큐레이션은 트레이더 조(Trader Joe’s)보다 덜해도 과일 종류나 퀄리티는 홀푸드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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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고 사과 시즌이 되니 홀푸드 진열대가 사과로 가득 채워진다. 어쩜 다른 색깔의 사과들이 모이니 사과 무지개 같다. 이건 무슨 사과지? 한국에서도 많이 먹던 후지(Fuji). 이 노란 사과는 뭐지? 오팔(Opal). 탐스럽게 잘 익은 진한 빨강색 아이는 레이디 앨리스(Lady Alice). 이름도 다양하다. 이번에는 이 품종의 사과를 먹어볼까? 워싱턴주에서 난 사과는 어떤 맛일까? 브랜딩의 나라답게, 사과도 브랜딩을 한다.


나 말고도 사과 품종이 궁금한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낮에 라디오로 NPR을 듣는데 미국 사과밭집 딸이 사과 품종에 대한 소개를 해주고 있다. 진행자가 묻는다. 요즘 사과 다양한데 어떻게 맛이 다른가요? 사과집 딸이 말한다. 가장 무난하게 맛있는 빨간 사과는 후지(Fuji), 믿을 수 있는 친구 같은 아이라고. 여기에 크리스피함을 더한게 요즘 잘 나가는 크리스프(Crisp)종들인데, 사각사각한 식감이 특징이라고 한다. 허니 크리스프(Honey Crisp)는 강한 단맛이, 코스믹 크리스프(Cosmic Crisp)는 좀 더 상큼하고 톡 쏘는 사워(sour)함이 특징이라고. 코스믹 크리스프는 사람으로 치면 예측할 수 없는 록스타 같은 느낌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사과 얘기를 하며 미국의 초록 사과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인 품종은 새콤한 그래니 스미스(Granny Smith). 나는 이 사과의 초록 색깔이 예쁘다는 생각은 많이 했지만.. 아직 내가 신맛을 감당할 수 없는 건지. 위에 피넛버터를 담뿍 발라 크래커처럼 먹는다.


요즘 아침으로 사과를 꼭 챙겨 먹는다. 커다란 사과를 하나 냉장고에서 꺼내 껍질을 깎아 온 가족이 나눠먹는다. 코코넛 밀크와 기(ghee)버터로 리니가 좋아하는 계란 스크램블을 만들고, 빵이나 고구마를 곁들인다. 오늘은 코스믹 크리스프 한 알을 꺼내 먹었다. 내일은 무슨 사과를 먹을까. 엘에이에는 사과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미국에서애키우는한국엄마이야기


IMG_4543.jpg 요즘의 우리 집 아침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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