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피곤을 따뜻한 샤워로 씻어내고 노곤해진 몸을 침대로 점프하듯 뛰어들어 이불속으로 파고든다. 피곤했던 하루일수록 침대에 눕는 순간은 더없이 짜릿하고 행복하다. 침대에 뒹굴뒹굴 누워 여유롭게 핸드폰으로 웹툰을 보며 키득거리고 웃고 있던 그때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문자 메시지 하나가 날라 왔다.
“뭐지? 이 시간에?”
시계바늘이 자정을 향해 달려 달려가고 있던 그때 나의 평온한 힐링 타임을 방해한 메시지는 바로 동영상 메시지였다.
“으잉?!!!”
핸드폰 문자 메시지를 열어보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한 남자의 `
동영상 썸네일이었다.
‘어떤 놈이 이 시각에 포르노 영상을 보낸 거야?!’
당황스러움과 약간의 짜증이 밀려 올라오려는 찰나 가만....동영상 썸네일 속 남자의 얼굴이 어딘가 낯이 익었다.
“누구지....?”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썸네일 속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나체 상태의 특정 자세를 취하며(?) 서있는 이 남자는...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남자아이’는 웃으며 특정 포즈를 취하고 있었고, 핸드폰 화면 오른쪽 작은 창에는 상의를 완전히 탈의한 섹시한 여성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들은 마치 선악과를 따먹기 전의 ‘아담과 이브’ 같은 모습이었다.
“엥?!!!”
그 순간 알아차렸다. 이 누드남의 주인공은 우리 반 학생 영민이라는 것을!!!
“띠링~”
10분쯤 지났을까? 또 다른 문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혹시 제 번호로 영상 메세지를 받으신 분은 영상을 열어보지 마시고 삭제해주세요. 제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지금 협박을 받고 있습니다...
다급함이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썸네일 재생 버튼을 차마 눌러보지 못하고 (솔직히 내용이 살짝 궁금하여 재생 버튼을 눌러볼까도 생각했지만 내 핸드폰에 행여나 악성 바이러스라도 깔릴까 봐 겁이 났었다.) 두 번째 문자 메세지의 요청대로 영상 문자메세지를 삭제해버렸다. 그리곤 바로 영민이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생각했으나 너무 늦은 시간이라 다음 날까지 기다렸다. 아침이 밝자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결국 영상 메시지 사건의 전말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궁금증과 걱정을 한가득 품고 주말을 보내야만 했다.
그의 고백
월요일에 학교로 출근하자마자 교실로 들어가 제일 먼저 영민이부터 찾았다. 체격이 아담하고 아직 얼굴이 앳된 영민이는 여느 때처럼 삼삼오오 모여 아이들과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아이들이 눈치 못 채도록 최대한 자연스럽게 불러내어 교무실 회의실에 앉혔다.
“영민아, 너 지난주에 무슨 일 있었지?”
“네? 아무 일 없었는데요~”
영민이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멀뚱히 쳐다본다.
이 녀석... 포커페이스인 거야? 아님 내면연기(?)인 거야?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영민이의 모습에 속이 답답하여 다시 물었다.
“이 녀석아, 지금 시치미땔 때가 아니야!”
“선생님이 토요일 한밤중에 네 사진을 봤어.”
“그것도 그냥 사진도 아니고 동영상 썸네일 이던데... 학기초에라 선생님은 아직 네 얼굴도 완전히 익숙지 않은데 네 누드 영상이라니 이게 웬 말이니?!”
아이가 당황하지 않도록 최대한 부드럽게 돌려서 질문하려던 애초의 계획을 포기하고 단도직입적으로 사건의 전말을 물었다. 그제서야 영민이의 안면 근육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부끄럽기도 하고 살짝 겁이 나기도 한 그런 복잡한 표정이었다. 하긴... 학기 초라 아직 담임 선생님과 가까워지기도 전인데 성(性)과 관련된 문제를 상담하기엔 사춘기 소년에겐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나는 여자 담임 선생님이니 맘 편히 말하기란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터였다. 하지만 이런저런 감정보다 일단은 벌어진 문제를 수습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낯선 여자의 유혹
한동안의 망설임 끝에 영민이가 자초지종을 털어놓은 내용은 이러했다.
페이스북 메시지를 하던 중 한 여자가 말을 걸어왔고, 17년 차 모태솔로 영민이는 그 여자의 예쁜 외모에 마음이 설레였다고 한다. 며칠 전에 그녀가 화상채팅을 하자고 갑자기 제안을 해왔고 결국 화상채팅을 하게 되면서 대화의 수위는 점점 야한 방향으로 올라갔단다. 그러던 중 앱 하나를 핸드폰에 설치하면 더욱 생생하게(?) 화상채팅을 할 수 있다는 그녀의 제안에 혹하여 보내준 URL로 앱을 깔았는데 그때부터 영민이의 말과 행동이 녹화되었고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던 모든 개인 정보도 유출된 것 같다고 했다.
이것이 뉴스에서만 보던 소위 몸캠 스미싱이란 말인가! 일단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를 하고(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실제로 범인 검거율이 매우 낮다고 한다.) 직장에서 일하고 계실 영민이 어머님께 전화로 이 상황을 말씀드렸다.
“선생님~~~오늘 아들의 영상을 가지고 있으니 2000만원을 송금하라는 문자가 왔었어요."
" 어느 미친놈이 장난 문자를 보냈나 보다 하고 무시해버렸었는데 그 일이 진짜란 말이예요?!!! "
“이 녀석이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러서...아이고 낯 부끄러워서...”
“선생님! 이 일을 어찌해야 하나요?”
영민이 어머님은 놀란 목소리로 흥분을 감추지 못하셨다.
영민이 어머님께는 돈을 송금하지 않으면 영민이 동영상을 지인들에게 또 유포하겠다는 협박 문자나 전화가 와도 단칼에 무시하라고 신신당부를 해드렸다.
또한 영민이 핸드폰은 내가 한 달간 보관하기로 했고, 영민이를 야간 자율학습까지 참여시키기로 하면서(맞벌이하시는 영민이 부모님은 집에 늦게 퇴근하시는 날이 많다고 한다.) 하교 후 온갖 유혹에 또 넘어갈지도 모를 아이를 학교에서 안전하게 보호하기로 했다.
끝나지 않는 동영상 메일
이렇게 사건은 일단락되는 것 같았다.
그 후 2주 뒤쯤인가? 저녁에 동료 여자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선생님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영민이가....”
그러나 나는 그 선생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나는 이렇게 대답을 했다.
“김 선생님~ 선생님도 영민이 동영상 메시지 받으셨죠?”
“어머! 선생님께서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그랬다!영민이의 핸드폰에는 김선생님 연락처도 저장되어 있어 이번엔 그 문제의 동영상이 김 선생님께도 도착한 것이다. 2주 동안 별일 없이 잠잠해서 사건이 해결된 줄 알았더니 역시 방심은 금물이었다. 인터넷상에서 영원히 떠돌아다닐지도 모를 우리 영민이의 영상을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역시 스미싱 범죄는 예방만이 최선의 길인 것 같다.
조회와 종례 때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이 철없는 사내아이들을 위하여 ‘신종 몸캠 스미싱’의 위험성과 경각심에 대해 대대적인 특강이라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