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PM 성장기 #4
구독 플랜을 제공하는 수많은 SaaS 서비스들은 대상에 따라 기능과 가격을 다르게 제공한다.
여기서 대상은 크게 일반 유저와 기업으로 나뉘는 경우가 많으며, 각각 Pro와 Enterprise로 불리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하 프로, 엔터프라이즈)
이러한 프로와 엔터프라이즈 플랜에서 가장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는 차이는 바로 플랜을 시작하기 위한 단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모든 서비스가 그렇지는 않지만, 보통 프로 플랜은 페이지 내에서 즉시 결제가 가능하고, 일정 기간의 '무료 체험' 기간을 부여하며 유저의 구매를 유도한다.
그러나, 엔터프라이즈 플랜은 페이지 내에서 즉시 결제가 아닌 '영업팀 문의'인 경우가 많으며, '무료 체험' 기간이 존재한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단순히 플랜의 타겟만 다를 뿐인데 플랜 시작 단계에서부터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각 플랜은 유료 사용 유저를 통한 수익을 얻기 위해 진행된다.
이는 최대한 많은 유저가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이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요금제가 타겟으로 하는 대상의 구매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프로 플랜 - 일반 유저 (B2C)
엔터프라이즈 플랜 - 기업 (B2B)
프로 플랜의 주요 타겟인 일반 유저의 구매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은 주로 즉각적인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데 집중한다.
때문에, 복잡하거나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서비스가 가지는 이미지를 통해 감정에 호소하여 구매 충동을 불러일으켜 구매를 유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즉, 마케팅이나 브랜딩이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구매 특성으로 인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플랜은 서비스에서 즉시 결제가 가능하고, 마케팅의 수단으로 브랜드를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무료 체험을 제공하기도 하는 것이다.
반면, 엔터프라이즈의 주요 타겟인 기업의 구매 의사는 일반 유저와 완벽히 다르다.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를 통해 서비스를 선택했을 때 회사의 수익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한다.
일반 유저처럼 즉각적인 결정으로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구축된 관계가 구매로 발전하는 경우도 꽤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영업팀의 역할이 굉장히 크게 작용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을 때, 구매 욕구가 발생하는 시점은 총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신생 기업인 경우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혁신적인 서비스를 발견한 경우
기존에 사용하던 서비스에 불만을 느낀 경우
위 경우에서 대부분의 기업은 기존에 사용하던 서비스에 불만을 느꼈을 때 새로운 서비스를 찾게 될 것이다.
이런 고객들은 새로운 서비스 구매를 빠르게 결정하기보다 기존 서비스에서 불편함을 느낀 포인트를 해결할 수 있는지, 혹은 기존 서비스보다 장점이 무엇이며 수익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이런 욕구를 가진 기업에게 영업팀 문의를 쉽게 진행할 수 있는 UI를 제공한다면 구매 전환에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무료 체험'은 엔터프라이즈에서 왜 제공하지 않는 것일까?
사실 엔터프라이즈는 영업팀 문의를 통해 진행되는 것이기에 '무료 체험'을 제공하지 않는지에 대한 여부는 확실치 않다.
그렇다면, 왜 무료 체험의 유무를 '노출'하지 않는지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한다.
앞서 언급한 내용과 마찬가지로, 기업은 기존에 사용하던 툴에 불만을 느낀 경우 새로운 서비스를 찾아 나선다.
이때, 불만을 가지고 새로운 서비스를 찾다가도 업무에 지장이 생긴다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려서 탐색 과정을 그만둘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업을 유료 사용까지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
얼핏 생각하면 '무료 체험'은 적극적인 설득 과정으로 보인다.
옷도 입어봐야 알고, 반찬도 먹어봐야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무료 체험'이 그다지 적극적인 설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소극적인 설득으로 느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 이유의 첫 번째로, 무료 체험은 설득력 자체가 낮다는 점이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적합하다고 느껴지는 서비스는 바로 실무에 적용이 가능한 서비스일 것이다.
따라서, 무료 체험의 유무는 기업에게 있어 크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스케치를 쓰던 기업이 피그마를 새롭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피그마가 가진 장점이나, 피그마를 실무에 얼마나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지 무료 체험의 유무는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다음으로, 무료 체험은 결국 구매 의사결정의 모든 과정을 기업에게 떠넘긴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무료 체험을 통한 구매 의사 결정은 전부 유저에게 있다.
무료 체험은 '우리 서비스를 직접 써보면서 구매할지 말지 스스로 결정하세요!'와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기업은 '이전 서비스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을 새로운 서비스에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지?'에 대한 답변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피로감을 느낄 수 있고, 소극적인 설득이라고 느껴 이탈률이 높아질 위험이 있다.
혹시나, '무료 체험'을 원하는 기업은 영업팀과의 협의 중에 요청했을 때 자율적으로 제공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무료 체험'은 그 유무를 노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굳이 노출할 이유가 없는 것은 과감히 노출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물론, 엔터프라이즈의 '영업팀 문의'와 '무료 체험'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
'영업팀'의 역량이 중요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영업팀이 얼마나 준비되었느냐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영업팀이 업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엔터프라이즈 플랜의 진행은 영업팀에 맡기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영업팀은 기업에게 엔터프라이즈 플랜에 대해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안내하여 구매하도록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무료 체험' 카드를 사용하도록 한다.
앞선 글의 WHY? 단계를 거치면서 회사에서 했던 생각을 일부 옮겨놓은 글이다.
물론, 아직 PM으로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논리도 허술한 점이 많이 존재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WHY? 단계를 놓치지 않고 정리하며 성장해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