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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여행할 거야?

바르셀로나

by 쥬링


“다시 여행할 거야?”


여행 막바지가 되면서 우리가 서로에게 가장 많이 질문 1위에 오른 문장이다. 만약에 지금 멤버로 또 여행을 간다고 하면 여행에 참여할 건지 말 건지에 대한 토론. 우리는 이 대답을 통해 이번 여행이 개개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조금은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의 불화는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줬다. 학교 체육대회처럼 남녀 짝을 지어 축구도 하고 여자들끼리 수건 돌리기와 마피아 게임을 했던 적도 있는데, 사실 그 시간도 한몫한 것 같다. 나는 우리가 모두 하나가 되어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조금만 더 일찍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수현과 민주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분명 볼 수 있었을 테니까. 잠시 무너졌던 민주는 여행을 통해 본래의 모습을 다시 찾아갔다. 쾌활한 그녀의 모습을 다시 보는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바르셀로나에서 맞이하는 여행의 마지막 밤. 그동안 고생한 친구들과 다 같이 모여 남은 한국 라면과 과자를 먹으며 이 밤을 어떻게 보낼지 얘기한다. 비행기에서 깊은 잠을 자기 위해서는 밤을 새워야 한다는 결론과 함께, 숙소 앞에 있는 놀이터로 향했다. 나는 영화감독이 꿈인 하빈의 가능성을 그날 밤 발견했다. 몇 안 되는 놀이터의 기구를 가지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무한하게 뽑아냈다. 나는 그가 이병헌 감독(극한 직업, 스물 등)처럼 코미디 영화를 잘 다루는 감독이 될 거라 믿었다. 잠도 안 자고 따라 나와서 놀던 유진과 규빈을 진심으로 걱정하며 아이들의 곁을 지키며 함께 놀아 준 양을 보고 그는 나중에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몽롱한 상태로 겨우 버티다가 끝내 1시간인가 2시간 정도 잠에 든다.


IMG_0978.jpeg 꼭두새벽, 바르셀로나 한복판에서 그네 타는 친구들과 그들의 그림자



새벽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 순간부터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깨어나 있어야 하는 시간은 그야말로 고문에 가까웠다. 앞으로 누군가가 비슷한 생각을 한다면 ‘따라 하지 마시오.’라는 경고 문구를 남기고 싶을 만큼. 나는 영혼이 나가 있었고 나를 본 비버는 “얘가 밤을 새우더니 사람이 죽었다”면서 얼굴에 뭐라도 좀 바르라고 했다. …역시 내 친구답다. 우리는 서울에서 두 팀으로 나눠진 비행처럼 귀국 때도 동일하게 팀이 나눠졌다. 생각 없이 공항에 갔다가 마지막 인사를 면세점에서 마주치는 팀원과 급하게 하는 우스운 상황이란.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았지만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힘들 때면 힘든 대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힘이 되어 주면서 빠르게 가까워졌다. 이 여정의 끝에 웃으며 인사할 수 있는 이유는 함께해 준 사람들에게 있다. 한 달이라는 길고도 짧은 시간을 오롯이 나누며 정을 쌓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봤으니까. 나는 다시 내게 묻는다.


“그래서, 다시 여행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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