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를 두고 직장에 나가려니 마음이 참 무겁다. 아침이야 시계를 보며 정신없이 뛰쳐나오기 일쑤지만 마음은 언제나 아이 곁이다. 복직 첫날, 집에 돌아가니 준이는 삐쳐서 얼굴도 보지 않고 미끄럼틀 밑으로 숨어버렸다. 내 마음도 꽁꽁 숨어버리고 싶은 날이었다. 어젯밤에는 준이가 잠꼬대를 했다. '엄마. 미워.' 그 말이 어찌나 가슴에 콕 박히던지. 준이도 세상 전부와 떨어져 불안하고 힘들겠지.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싶다가도 원래 인생이 이런 거지 하며 속상한 일들을 외면해본다. 지금이 가장 힘든 때일 거야. 지나고 나면 괜찮을 거야. 언젠가 겪어야 할 일이야... 의미 없는 말을 의미 있어질 때까지 늘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