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를 재발급받았다. 새 카드의 유효기간은 2027년. 앞으로 5 년 후, 나는 어떤 모습일까?
5년 전, 나를 떠올려본다. 5년 전 이맘때 처음 엄마가 되었다. 진짜 엄마가 되는데 그 후로 몇 년이 더 걸렸지만 이때부터 사람들은 나를 누군가의 엄마라고 불렀고 우리 가족 주민등록등본은 세 줄이 되었다. 숨 쉬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는 앙상한 갈비뼈와 가느다란 팔다리를 가진 이 생명체가 온전히 내 책임이라는 게 공포로 다가왔던 그날. 내 일상은 하루아침에 변해버렸다. 무서웠다. 그 공포를 이겨보려, 잃어버린 일상을 어떻게든 잡아보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게 벌써 5년 전 이야기.
5년이란 시간 동안 아이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었고 나름 엄마 노릇에 익숙해졌다. 임신은 내 인생에 다시는 없다고 확신했는데 믿기지 않게도 이제 곧 네 식구가 된다. 여전히 쓸데없이 글과 그림을 그린다. 내 글과 그림을 봐주는 사람들이 늘었으니 실력도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출산 전과 같은 직장에 복직했고 5년 동안 세 번의 이사를 했다. 여전히 가끔은 행복하고 가끔은 슬프다. 5년 전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더 알게 되었고 내게 맞는 삶이 무엇인지 이제 어렴풋하게나마 짐작이 간다.
2027년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여전히 글과 그림을 그리고 있겠지만 어떤 모습으로, 어디서 살고 있을까. 인생은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지만 분명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니 5년 뒤 나도 분명 나답게 잘살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