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전능 산타 할아버지

by pahadi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막 36개월을 넘긴 둘째 아이가 이제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선물 없이 넘겼는데 올해는 어쩔 수 없이 준비해야겠다. 사실 선물을 안 주기에는 산타 할아버지를 너무 우려먹었다.

양치하기 싫다고 도망갈 때마다 “산타 할아버지께 선물 못 받겠네~”라는 협박성 주문을 외우면 수월하게 해결되었다. 전지전능하신 산타할아버지께 선물을 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착한 아이”가 되어 양치질도 하고 형에게 양보도 많이 했다.

어린이집에서 산타 행사가 있는 날. 추워진 날씨에 이불을 파고드는 아이를 깨우느라 아침마다 곤욕스러웠는데 오늘은 두 눈을 번쩍 뜨고 스스로 옷까지 찾아 입는다. 초등학생인 첫째 아이는 산타 행사가 질투가 났는지 볼멘 목소리로 동생에게 말했다.

“오늘 오시는 산타 할아버지는 가짜야. 산타 할아버지가 얼마나 바쁜 줄 알아? 진짜 산타 할아버지는 바빠서 못 오신다고.”

산타 할아버지를 못 만나 서운한 마음이 절절하고 귀엽다. 다행히 둘째 아이는 산타 할아버지가 진짜든 가짜든 관심이 없다. 실리주의자인 둘째에게 중요한 건 오직 선물이니까.

산타 행사를 마치고 둘째 아이가 깡충거리며 어린이집을 나왔다.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엄마!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줬어!”

“와~ 좋겠다. 엄마는 선물 못 받았는데.”

선물을 못 받은 엄마가 무척이나 안타까웠는지 아이는 눈썹을 한껏 내리며 말했다.

“엄마는... 착한 아이가 아니야?”

아이의 얼굴에 선물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스쳐 지나갔다.

‘흠... 내년에는 산타 할아버지 주문이 더 잘 먹히겠는걸.’

순수한 아이 앞에 불순한 엄마다.

더 이상 산타를 믿지 않지만, 산타의 선물을 받을 일은 없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가 기대된다.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다. 우리 집 산타가 되어 아이들의 취향과 소원을 헤아리며 선물을 고르고 고른다. 선물을 받고 좋아할 아이들의 웃음을 생각하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결국 나도 산타의 선물을 받았구나.

'산타 할아버지, 올해도 감사했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매거진의 이전글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