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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hadi Oct 24. 2020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친절을 베푼다


길을 걷는데 누가 나를 불러 세운다. 처음 보는 사람이다. 오토바이를 탄 아저씨는 나에게 종로약국이 어디냐고 물었다. 종로약국이라... 이 주변에는 종로 약국이 없는데.


휴대전화의 지도 어플을 켜서 '종로약국'을 거리순으로 검색했다. 가장 가까운 곳도 1.5km나 떨어진 곳이었다. 아저씨가 찾고 있는 역 근처 종로약국은 아닌 것 같았다.


만나기로 하신 분과 다시 통화를 해 보시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아저씨께서는 전화를 걸어 나에게 건네주셨다. 아저씨께서 찾는 종로약국은 이 근처 약국이 아니었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 장소를 바꾸셨고 나는 가던 길을 갈 수 있었다.


길을 묻는 분들께 최대한 도움을 드리려고 다. 종종 함께 가드리기도 한다. 시골뜨기인 나도 서울에 와서 길을 헤맨 경험이 다. 요즘엔 지도 어플을 이용해 길을 찾기 쉬워졌지만 그것도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국한된 이야기다. 고작 스마트폰에 검색하는 것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니 되려 내가 고맙다.


길을 알려드리고, 1-2천 원 기부함에 넣고, 떨어진 물건을 주워주고, 뒤 이어오는 분을 위해 문을 잡아준다. 정말 별 거 아닌 친절들을 쌓는다. 염치없지만 언젠가 이 친절들이 복리로 불고 불어 부메랑처럼 돌아오길!


사람 때문에 힘들 때도 덕을 쌓는다 생각하면 그래도 견딜만하다.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아도 언젠가 좋은 일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경험적으로나 과학적으로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어떻게든 살아가려 그렇게 믿어야 한다.


오늘도 소소한 친절을 쌓으며 염치없는 기대를 품는다. 나도 언젠가, 언젠가 복 받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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