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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Nov 28. 2016

고양이의 중성화수술

오구오구 수고했어

11월 초에 생후 8개월, 2.6kg 인 솜이의 중성화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내 팔뚝 크기 밖에 안되는 아가아가한 애인데 여자아이라서 배를 절개해야 하는 수술을 시켜야 하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고 조마조마 했지만, 발정이 나면 고양이 자신도 너무 괴롭고, 함께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중성화수술을 해야하고, 시기를 놓치면 수술이 더 커지고 부담될 수 있다고 해서 하는 걸로 결심했다.


병원은 솜이가 다니던 비포유동물병원으로 결정했다. 집에서 걸어서 다니는 가까운 거리이기도 하고, 의사 선생님들도 온화하시고, 시설도 괜찮고, 수술도 자주 잡혀있는 것 같고, 고양이 진료도 많이 하시고, 특히 마침 회사 동료 분이 키우는 고양이도 여기서 중성화수술을 했는데 괜찮았다고 해서 비교적 안심하고.


병원에서 듣기로는 중성화 수술을 진행하는 최소 몸무게는 2.5kg 라고. 첫발정이 와서 자궁이 붇기 전이 좋다고도 하고, 그래서 빠르면 6개월 령이 되기 전에도 수술을 시키는 것 같더라.


준비 사항은, 수술 하기 전 날 12시부터 음식과 물 금식. 그리고 접종 및 항체 검사가 수술 당일 전에 미리 되어 있어야 한다. 솜이가 아기고양이 때부터 다니던 병원이라 항체 검사는 이미 되어 있었음~


수술은 수술 전에 하는 기본검사와 고급(?)검사 에 따라 24만원, 30만원 정도로 나뉘어있었던 것 같은데 그땐 듣고 끄덕끄덕했는데 기억이 안남 ㅋㅋ 내부 장기 검사가 좀더 포함되어 있는 가격대가 더 비싼 패키지를 선택했다. 이런 게 엄마 아빠의 마음일까, 잠시 생각함


수술 전, 고양이 진료 대기실에서 해맑게 노는 중. 수술 전 검사를 하고 결과를 잠깐 기다린 뒤 곧 이동장에 담겨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하고 마취 풀리는데까지 세시간 정도. 끝나면 연락을 준다고 해서 솜이를 이동장에 넣어서 병원에 두고 ㅠㅠ 집에 돌아가서 기다렸다.


오랫만에 문 활짝 열고 환기시키고, 대청소를 하고,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3시간이 조금 넘어서 전화가 왔다. 평소엔 몸줄만 달랑 채워 안고 병원에 가는 가까운 거리지만, 환자 분을 조심히 모시려고 운전해서 차를 갖고 감.


병원에 도착했더니 솜이가 애처롭게 ㅠㅠ 기다리고 있었다. 굳은 표정과 눈물 자국 ㅠㅠ 수술이 끝나면 수술 부위를 그루밍하면 안되니까 기본적으로 넥카라를 씌워준다. 상처가 벌어져서 병원에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_<


수술부위를 핥지 않도록 넥카라는 10일 후에 실밥을 뽑으러 올 때까지 꼭 씌워두고, 앞으로 세 시간 후에 물을 먹이고, 밥은 두 시간이 더 지난 후에 먹이라고 주의사항을 듣고, 솜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넥카라가 너무 불편해보여 인터넷에서 본대로 안 신던 두꺼운 스타킹을 잘라 환묘복를 만들었다. 옷을 입히면서 처음으로 수술 부위를 봤는데 배부분의 털을 밀고 수술 부위가 조그맣게 꿰매어져 있었다. 상처 바로 위에 나일론 스타킹을 입히는 게 신경이 쓰여서 대일밴드를 찾아와서 살짝 붙였는데.. 혹시나 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고양이는 살이 매우 약해서 대일밴드를 붙이면 안된다고 ;ㅁ; 살점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허걱 하고 얼른 떼버렸다 -ㅁ- 다행히 아무 상처 없었음. ㄷㄷ 초보집사란.


조심스럽게 환묘복으로 갈아입혔는데 온 몸으로 불편함을 표현 ㅋㅋ 움직이질 않는다. 인형인 줄. 그래도 목 불편한 것보단 낫지 싶어 그대로 입혀 두기로 했다.


기운이 하나도 없고 축 늘어져서 골골거리기만 한다. 지금까지 들어본 중 가장 큰 소리로. 마음이 아프다. 고양이의 골골송은 편안한 기분일 때 보통 나오지만, 몸이 아플 때도 치유효과가 있다고 한다. 안쓰러워서 가슴에 꼬옥 안아주니, 평소의 솜이라면 박차고 떠날테지만 가만히 안겨 있다가 잠시 후 떨림이 잦아들었다.


침대에서 축 늘어져서 자는 솜이. ㅠㅠ

3시간 후에 물을 줘봤지만 먹질 않고, 한시간 반이 더 지나 조바심이 나서 츄르를 줘봤더니 다행히 잘 먹는다. 건사료도 줘봤는데 잘 먹질 않아서 캔사료를 평소처럼 물에 조금 타서 주니 조금 먹기 시작했다.3


침대에서 잘 누워있질 않는 아이인데, 이불을 덮어줘도 가만히 웅크리고 있다.


배 위에 올려놓으니 가만히 앉아있는 솜이. 따뜻하고 귀여운데, 천방지축 뛰어다니지 않는 솜이가 어색하고 짠하다.


트위터에서 핫하던 5000원짜리 다이소 모빌텐트

수술하고 며칠 후 퇴근하고 들어가는 길이었는데 서둘러 다이소에 들러서 득템했다. 좀... 못생겼지만 괜찮아.. 솜이가 좋아하잖아 ;ㅁ; 매달려있는 구슬 공과, 쥐인형을 손으로 치고 논다.


왜 때문에 청소기 걸레 위에 다소곳이 앉아있뉘

스타킹으로 만든 환묘복은 점점 늘어나서 솜이가 그루밍을 하다보면 벗겨졌다 ㅋㅋ 내가 보고 있을 땐 얼른 다시 입혀주면 되는데 하루 종일 출근해있을 땐 격하게 그루밍하다 상처 벌어질까 걱정되어서 평소 산책 때 사용하는 몸줄을 헐겁게 착용해주고 목부분 잠금장치에 옷자락을 낑겨넣어서 옷이 흘러내리지 않게 했다.


스타킹 환묘복은 회복 기간 동안 쓸만하게 잘 입혔다. 다이소에서 산 허벅지보호대로 환묘복을 입혔다는 블로그 후기도 있던데 첨에 그거 보고 따라했다가 솜이는 체구가 작아서 쑤욱 빠져나가기에 쥐쥐;;; 그리고 허벅지보호대는 탄력성이 좋아서 늘어나서 헐거워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 잘 안 늘어나서 입히기는 어렵더라.


10일이 지나 실밥을 풀러 갔다. 실밥을 푼 자리에 연고를 발라주셨는데 약간 피가 비친다. 실밥을 풀면 원래 그렇다는 거 같은데, 나는 수술 같은 거 안 해봐서 잘 모르... -ㅁ-) 그리고 이틀 더 환묘복을 입혀두라고 하셔서 이틀이 지나고 옷을 벗겨주었다. 옷을 벗었더니... 뛰어다닌다 ㅋㅋ 밥도 잘 먹고 엄청 신나게 뛰어다녀서 안심했다.


거의 2주 동안 얌전했는데, 옷이 불편해서.. 그랬던 거였니.


호기심과 장난기 어린 눈의 솜이로 컴백


이젠 배 위에 올라와서 앉아있지 않는다.

밤에 잘 때도 침대에 올라와서 안기지 않는다.


독립심 강한 고양이로 다시 돌아간 솜이.


그래도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게 너무 예쁘다.

잘 견뎌줘서 고맙고 ♡ 힘들게 해서 미안해 ㅠㅠ



실밥을 풀고 다시 며칠 후에, 레볼루션 정기 접종을 하러 병원에 갔었는데 몸무게를 재어보고 살이 안 쪄서 다행이라고 하시더라. 중성화수술을 하고 나면 고양이들이 호르몬 분비가 달라져서(?) 먹기도 잘 먹고 살이 쉽게 찐다고. 너무 많이 먹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데, 솜이는 여전히 별로 많이 먹지도 않고 열심히 뛰어다닌다. 아직은 걱정 안 해도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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