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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콜요청금지 Oct 25. 2016

남의 고양이네 놀러가기

솜이도 으르렁거릴 줄 안다

지난 주말에는 솜이를 데리고 고양이 두 마리가 있는 지인 집에 놀러갔다. 반려동물이 없는 집에 놀러가거나 집사의 휴가 때에 맡겨진 적은 있지만, 반려동물이 있는 집에 놀러가는 것은 처음. 처음 데려올 때 이후로 차를 타고 멀리 가는 것도 처음.


차를 타고 이동하는 데에는 금방 적응하는 듯 했다. 이동장에 들어있는 채로 탑승해서 얌전히 있길래 커브가 없어지는 고속도로에 올라간 이후에 이동장 뚜껑을 열어봤다. 잠시 분위기를 파악한 후 이동장 밖으로 나가보는 솜이. 조수석에 앉아있는 내 무릎 위로 나갔다가 바닥으로 내려가본다. 그리고는 자기 무릎을 꿇고 잠시 식빵을 구워보는.. ㅋ


조수석 발 밑에서 식빵 굽는 중

곧 다시 슬금슬금 일어나서 뒷좌석을 탐방하기 시작했다. 이동 화장실로 만들어온 박스에도 들어가보고, 창문에 기대어 일어나서 차 밖 구경도 하고, 뒷자리 좌석에 앉아 그루밍도 하고, 아예 뒷자석에 자리잡고 앉기. 그래도 어디로 튈지 몰라 몸줄을 짧게 쥐고  차 흔들림에 솜이가 넘어질라 노심초사.


뒷좌석 탐방 중
그루밍 중

그렇게 목적지인 지인의 집에 도착했다.


고양이들끼리 가족으로서 합사를 하거나 잠시 임시보호 차 머무를 때에도 독립적인 고양이의 영역 다툼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혹시 어떠려나 싶었는데, 역시나 ㅋ 숨어버린 그 집 첫째 고양이 대신 거실을 지키고 앉아있는 둘째 고양이와 긴장감 넘치는 대치 상태를 연출. 멋 모르고 돌아다니던 솜이도 적개심을 드러내는 집주인 고양이의 낌새를 눈치채기 시작했다.


눈치를 살살 보면서도 구석에 숨지 않고 뽈뽈뽈 돌아다니던 솜이. 몸집도 나이도 쪼끄만 게 지지않고 같이 하악거리기도 ㅋㅋ 무던하고 시크해보기만 하던 솜이가 감정을 드러내는 게 신기하고 재밌기도 했다. 6개월 가량 키우면서 산책하러 밖에 나갔을 때에도, 낯선 사람이 오거나 새로운 물체를 만나도, 하악대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었는데 (도착한 첫날 한번, 이후에 왠일인지 집에서 잘 놀다가 갑자기 한번 하악댐. 심지어 길에서 다른 또래 고양이를 만났을 때에도 코를 부비고 지나쳤는데) 이 날 처음으로 격한 모습을 보여줬다. 으르렁거리기도 함.


너도 무신경 무감각은 아니었구나. 조금 도도하고 시크하고 독립성 강하긴 해도.


캣타워 꼭대기에 올라갔다가 결국 쫓겨남 ㅋㅋ

그렇게 방으로 숨어버린 첫째 고양이와 계속 솜이만 주시하고 있는 둘째 고양이, 지지않고 노려보는 솜이를 사이에 두고 집사들은 살벌한 저녁을 먹었다 ㅋ


대치 상태인 고양이들을 옆에 두고 긴장감 넘치는 식사

시간이 흐르니 집주인 고양이들은 경계가 풀어지고 적당한 선을 긋고 타협한 듯한데 솜이 혼자 더 돌아다니고 싶어서 눈치 보며 선을 넘다가 깨갱.


그렇게 집사들끼리만 즐거운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서 솜이도 신경쓰느라 피곤했는지 새벽에 찡찡대며 깨우지 않는 고요한 밤을 보냈다. 쉽게 친해지긴 힘들겠지만 고양이 친구들 또 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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