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일요일 오후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아니, 사실은 생각하고 싶다. 나는 무언가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한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거듭하다보면 뒤죽박죽이 되어 뭘 생각하고 있었는지 깜깜해진다. 다시 처음을 간신히 떠올려 테이프를 되감기 한다. 이젠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뭐.
나의 생각들에 지친다. 결국, 중요한 게 뭐지?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때.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일까를 생각하기 시작한다. 나라는 사람을 상대적으로 정의하기 위해 남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남들은 별로 안 그런 것 같다. 이제 나를 자책하기 시작한다.
나는 왜 이모양이지?
항상 결론은 자책. 생각은 정리되지 않고 모든 것은 퍼즐 조각처럼 그냥 쏟아져있기만 한다.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것 같은 내가 싫어진다.
이대로 살아도 좋은 걸까?
괜찮은 걸까.
씩씩하게 사는 건 정말 어렵다.
있는 힘을 다해, 나의 멍청한 결론 없고 도움 안 되는 생각들을 쫓아내야 한다. 열심히 쫓아내고 무시하고 나면 내 페이스대로 살 수 밖에 없다는 평화가 찾아온다. 나는 매일, 매 주말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 메멘토처럼. 보이는 모든 곳에 새긴다. 내가 보라고.
자책할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내가 자책했던 게 생각났다. 나는 자책해도 되고 남은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위선인 것 같아서 그만뒀다. 나의 불안을 다른 사람에 대한 괴롭힘으로 전가하는 것 같아 미안해졌다.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씩씩한 것 밖에 없다.
나는 행복하고 싶은데, 내 행동은 자꾸만 괴로워할 꺼리를 찾아내고 있는 것 같다. 난 모든 걸 겁내고 있다. 의연해져야지. 불안이 나를 더 그르치기 전에. 좋아하는 걸 하고, 먹고 싶은 걸 먹고, 보고 싶은 걸 보고, 가고 싶은 곳에 가고, 그러면 느긋해질 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