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파리의 날씨는

마음까지 행복해지는 날이라고

by 앵콜요청금지

어느날, 아침부터 파란 하와이 해변에서 보드라운 고양이와 노닥거리는 것 같은 말랑한 이야기를 하고나니, 하와이에 가본 적도, 고양이를 키워본 적도 없는 나는 나를 말랑말랑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나를 말랑말랑하게 하는 것을 떠올리는 일은 나를 딱딱하게 경직되게 만드는 것을 떠올리는 것보다 어렵다. 생각하려고 마음을 먹으니까 말랑한 일보다는 반대쪽 것만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그때의 일이 생각났다.


내가 그 칼을 봤는지 전해듣기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맥주병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병이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집어던진 병이 산산조각 깨졌던 것 같은데 그게 정말 나였는지 헷갈린다. 정말 있었던 일인가, 아니면 꿈이었을까. 상처를 받고 상처를 주고 다시 상처를 받고. 누구를 원망해야할지 모를 때 원망은 나에게 향한다.


아무것도 없었던 듯 외면한 일이 정말 잊혀져서 살아가진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상상인지 모호해질만큼. 망각이란 다행이다.


말랑해지고 싶다가,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다가.


하지만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니까,

난 끝까지 열심히 씩씩할 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