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전 출장을 마치고 다시 기차를 타러 왔습니다. 기차는 30분이 채 안 남았습니다. 빵지순례의 그곳, 성심당 앞에 늘어선 긴 줄 그 끝에 섰습니다.
속으로 외쳤습니다. "드디어 튀김소보루 먹는 날이다."
다행히 줄은 비교적 빠르게 줄어들었습니다. 이제 곧 사겠다 싶을 때, 그때까지 소음으로만 들리던 직원의 샤우팅이 귀에 꽂힙니다. "튀김 소보루는 반대편 줄에 서야 됩니다~"
맙!소!사!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더 늦기 전에 깨달음 하나를 드리겠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한 번은 고민하는 투자, 여러분은 어떤 투자자가 되겠습니까.
투자자는 진화 단계를 거칩니다. 어디까지 진화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낮은 곳에서부터 올라갑니다. 총 5단계.
1단계. 바닷물 속 작은 물고기. 얘네들은 떼지어 다닙니다.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최하단에 위치한 개체일수록 무리지으려는 본능이 강합니다. 무리에서 안 떨어지려고 다른 물고기들로부터 신호를 읽습니다. 방향 전환하면 재빨리 따라갑니다. 누가 사면 나도 사고, 누가 팔면 나도 팝니다.
다음 2단계. 육지로 올라가는 중간 단계입니다. 보유 자산의 가치가 증가하기는 커녕 갯벌에 출몰하는 게처럼 수익률이 옆으로 기면 다행이구요. 다리 10개가 부족할 만큼, 이 종목 저 종목을 충동적으로 사 들이고 분산 투자했다고 생각합니다. 분산 투자했다고 생각하지만 대충 보면 종목들이 다 거기서 거기죠.
3단계는 토끼입니다. 토끼와 거북이 우화에 묘사된 것처럼 우쭐해지고 자만하기 쉬운 단계입니다. 참을성이 없고 빠른 이익을 원합니다.
토끼는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본래 목적과 결심을 잊어버리고 눈에 닥친 일에 집중합니다.
그렇게, 10년 동안 보유할 주식을 어렵게 찾아낸 다음!
10분 뒤에 팝니다. 호랑이에게 먹히기 쉬운 동물이죠. 그 비싸게 사서 싸게 판 주식, 호랑이가 냅다 받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토끼 단계에서 진화를 멈춥니다.
4단계가 현실적으로 닿을 수 있는 마지막 단계, 호랑이입니다. 호랑이는 독립적이죠. 어슬렁어슬렁 혼자 다닙니다. 남들한테 영향 받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합니다. 그래서 가끔 떡 하나 주는 배당주도 보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떡으로 배를 채울 수는 없죠. 배당주에 큰 흥미는 없습니다.
토끼도 사냥하고 멧돼지도 사냥하고 물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서 물 속을 사냥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먹이를 섭취한다는 게 포인트죠.
한 번에 30kg 넘는 고기를 먹고 나면 며칠씩 먹이를 찾지 않습니다.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기다립니다.
5단계는 사실상 불가능한 독수리입니다. 저 세상 투자자, 워렌 버핏 같은 분들이죠. 땅의 것들이 아무리 야단법석, 호들갑을 떨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합니다. ‘투자는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
제 얘기에 공감하십니까. 깨달음은 뭡니까? 토끼가 아니라 뭐가 되어야 한다? 호랑이가 됩시다..
마지막으로 교과서적인 투자가 뭔지 알려 드립니다.
교과서적인 투자는 서로 관계 없는 자산들을 이것저것 사는 겁니다. 그게 바로 분산 투자죠. 삼성전자, 현대차 사는 건 분산 투자 아닙니다. 어차피 둘 다 한국 자산입니다.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사는 것도 분산 투자 아닙니다. 셋 다 미국 자산입니다. 개별 주식으로는 충분히 분산 투자를 할 수 없고, 위험도 큽니다.
분산 투자는요. 미국 자산도 사고, 중국 자산도 사고, 일본 자산도 사고, 유럽 자산도 사고,
주식도 사고 채권도 사고 금도 사고 여력 되면 부동산도 사는 게 분산 투자입니다.
분산 투자 효과는... 이것만 기억하세요... 내 자산들이 번갈아가면서 오르는 신기한 세상을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