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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민섭 Nov 19. 2018

뚜르 드 몽블랑 16

- TMB 11일차 : 트렐 르 숑 - 플레제르 구간 

에귀 호우저(Les Aiguilles Rouges)를 오른쪽으로 끼고 걷는 환상적인 릿지 트레킹.

락블랑과 같은 알파인호수와 알프스 연봉의 장대한 파노라마를 만끽 할 수 있어 브레방 릿지 버금가는

아름다운 트레킹코스로 유명하다.   


산행난이도: 중급  

산행시간  ;약 4시간  (오르막 780m/내리막 300m) 

트레킹 코스별 예상 소요시간:                    트렐 르 숑 산장 → 몽테고개(Col de montets)(도보 20분)

                                                                          몽테고개  → 쉐저리호수(도보 100분)

                                                                           쉐저리호수 → 플레제르 (도보  90분)


<전체 개념도 key map >

<코스 개요>

트렐 르 숑 (Tré le Champ, 1417m)마을에서 차량 또는 도보로 TMB(뚜르 드 몽블랑) 출발점인 몽테고개(Col de montets, 1461m) 로 이동한다.

 스위스와 프랑스를 이어주는 몽테고개. 고개마루에 위치한 에귀 호우저 국립공원(Réserve naturelle des Aiguilles Rouges) 체크포인트에서 출발한다. 체크포인트 뒤 왼쪽사면으로부터 길이 시작된다.

초입은 완만하게 시작하지만 오를수록 경사가 심해진다. 몽테고개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쯤 수림지대로 진입한다. 이 지역은 알프스의 야생 산양인 부끄탱(Bouquetin or Alpine ibex)의 출몰지역으로 운이 좋으면 아주 가까운 곳에서 그들을 볼 수 있다.

완만하게 오르는 산길은 전망도 좋고, 작은 고개도 여러 개 넘는다. 스위치백으로 길을 만들어서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정도로 보면 된다. 

-에귀 베르트(Aiguille Verte)의 북면-

수림지대를 지그재그로 오르면 뚜르빙하(Glacier du Tour)와 샤르도네((Aiguille du Chardonnet, 3902m)가 자태를 드러냈다가 숨었다가 숨바꼭질을 한다. 아침이슬을 머금은 야생화는 마치 눈꽃처럼 피어있어 트레커의 마음을 빼앗는다.

 몽테고개의 길이 실같이 가늘어질 만큼 올라오면 급경사의 고비는 넘어선다. 이제부터는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따라 더디게 올라가면 능선에 이르게 된다. 이쯤에 이르면 숨바꼭질을 하던 뚜르빙하는 사라지고 오른쪽에 있던 샤르도네(Aiguille du Chardonnet, 3902m)가 왼쪽으로 옮겨진다. 꼬리가 많이 잘린 아르정띠에빙하(Glacier d'Argentière)와 에귀 베르트(Aiguille Verte, 4122m)가 모습을 드러낸다.

 마침내 능선에 이르면 거칠 것이 없는 시야가 열리고 몽블랑山群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침햇살을 받아 광채를 띠기 시작한  에귀 베르트(Aiguille Verte, 4122m)와 연봉들이 환상적으로 다가온다. 능선 오른쪽으로 에귀 호우저(Les Aiguilles Rouges)의 암벽군이 길게 펼쳐져 있다. 마치 산맥 같은 바위산으로 아침, 저녁으로 햇살을 받으면 붉은 빛을 띤다고 하여 '붉은 침봉군'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에귀 호우저(Les Aiguilles Rouges) 침봉군-

 알펜로제 밭을 지나 테라스 같은 평탄한 능선을 타고 가다보면 메르 드 글래스(Mer de Glace), 드류(Les Drus, 3754m) 등 알프스의 풍광들이 마술처럼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걸으면 걸을수록 또 어떤 새로운 장면이 펼쳐질까하는 기대로 연신 두리번거리며 길을 재촉하게 된다. 능선에 올라서면 알펜로제가 더 돋보인다. 햇빛을 받은 알펜로제가 잠을 깨기 때문이다. 에귀 베르트와 어울린 알펜로제는 그야말로 귀족이 된다.

아르정티에빙하(Glacier d' Argentière)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메르 드 글래스(Mer de Glace), 드류(Les Drus)가 나타나는 지점에 이르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메르 드 글래스(Mer de Glace)계곡 오른쪽으로 연이어 서있는 그레퐁(Grepon, 3482m), 에귀 디 블래티에((Aiguille de Blaitiere, 3522m), 에귀 뒤 플랑((Aiguille du Plan, 3673m)의 위세가 뾰쪽한 만큼 당당하다. 마치 이탈리아의 산세처럼 거칠고 역동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 넋을 잃을 수밖에 없다.

알펜로제 밭을 지나면 드디어 평지 같은 능선을 따라 몽블랑산군의 경이로움을 체험하게 된다.

그 감동을 형언하기는 힘들다. 다만 오른쪽의 에귀 호우저를 등받이처럼, 왼쪽 몽블랑침봉들을 경배의 대상처럼 걷다보면 자연의 위대함은 물론, 사람이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을 느끼게 되는 그 자연스러운 변화에 진저리치게 된다.

 알펜로제가 초원을 만들고 그 초원에 넙데데한 큰 바위들이 반반씩 지평을 장식한 곳에 이른다. 누워서 잠을 청하고 싶은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면 잠시 쉬었다가도 괜찮다.

아르정티에빙하를 지나 ‘빙하의 바다’라는 메르 드 글래스(Mer de Glace)쪽으로 이동한다. 한발자국씩 이동 할수록 숨어있던 몽블랑산군의 파노라마가 서서히 펼쳐지기 시작한다.

에귀 베르트(Aiguille Verte, 4122m)와 나란히 할 때쯤 TMB코스에서 잠시 벗어나 쉐저리 호수(Lac des Cheserys, 2211m)를 볼 수 있다. 이정표대로 호수 방향으로 난 희미한 발자국을 따라가면 이내 야트막한 언덕에 숨어있던 호수가 나타난다. 보기만 해도 눈이 시린 작지 않은 호수다. 쉐저리호수는 크고 작은 호수 5개를 말한다. 지난해 겨울의 강설량과 일조량, 계절에 따라 커지거나 작아졌다가 사라지기도 하는 마술 같은 알파인 호수다. 늦가을부터 얼기 시작한 알프스의 호수들은 이듬해 5월이 되어야 잠이 깬다. 7월 중순까지 녹지 않는 호수도 있다. 10월부터는 다시 얼기 시작하여 긴 겨울잠을 자게 된다.

 2000미터가 넘는 산위에 위치한 크고 작은 호수에서 보는 알프스의 파노라마는 산악미의 극치다.  수정 같이 맑은 에메랄드빛의 호수.  가끔은 그 아름다움에 취해 수영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그 유명한 락블랑호수를 보려면 30분 정도 올라가야 한다. 고도가 조금 더 높아서 천혜의 요새처럼 위치한 락블랑호수는 조금 더 낭만적이고 색다른 풍취가 있다.

그 많은 알파인호수 중에 유독 많은 관광객과 트레커가 찾는 이유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쉐저리호수(Lac des Cheserys, 2211m)에서 나와 TMB코스를 따라 플레제르(La Flégère, 1,877m) 방향으로 내려간다. 그랑 발콩 수드(Grand Balcon Sud)길로 여기서부터 플레제르까지 가장 아름다운 코스 중 하나다. 조금만 걸으면 돌을 쌓아 만든 케른(cairn, 돌무덤)이 있다. 길은 여기서 세 방향으로 갈라진다. 케른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내려가면 아르정티에, 몽록 방향이고, 오른쪽으로 오르면 락블랑호수 방향이다. 케른 밑으로 난 산허리 길(그랑 발콩 수드)을 따라가면 쉐저리대피소를 지나 플레제르로 갈 수 있다.(TMB 코스)

 이 고개를 내려가면 메르 드 글래스를 다시 볼 수 없다. 야생화와 어울린 메르 드 글래스(Mer de Glace)와 알프스의 침봉들은 액자처럼 견고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다. 조금씩 플레제르 방향으로 이동을 하면 맨 뒤에 숨어있던 그랑 조라스의 모습이 드러난다. 몽블랑 정상은 물론 에귀 뒤 미디(Aiguille du Midi, 3842m)의 전망대, 돔 드 구떼까지 알프스의 연봉들이 신비스런 자태를 본격적으로 보여준다.

-플레제르 능선의 야생화군락과 알프스-

 언덕을 내려 작은 산릉을 하나 내려오면 오른쪽으로 커다란 암벽으로 이어진다. 병풍처럼 서있는 커다란 암벽 사이로 폭포수가 떨어진다. 폭포수는 아르정티에 방향으로 급하게 내려간다. 길은 폭포 밑으로 마치 커다란 광장 같은 초원으로 이어지고, 광장의 초지에는 수많은 야생화가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려는 듯 키재기를 하고 있다. 이 폭포 앞을 지나는 길이 코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생화 밭으로 알려져 있다.

플레제르 로프웨이역을 향해 가는 길은 완만한 내리막길로 편안하다. 그래서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몽블랑산군과 어우러진 샤모니의 금쪽같은 풍경을 감상하며 내려간다. 플레제르 방향으로 내려가면 갈수록 그랑 조라스도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랑 조라스(Grandes Jorasses, 4208m)는 특히 북벽이 유명한데 직벽으로 1200미터가 된다. 고난이도의 등반기술이 필요하고, 낙석이 심해서 여름시즌이 오히려 어렵다고 한다. 그랑 조라스 북벽을 오르는 것은 알피니스트들의 로망이지만 트레커는 멀리서 보아도 무한한 감동이다. 그랑 발콩 수드 길을 따라 한 시간쯤 내려오면 스키리프트 라인이 지나는 플레제르 사이트에 몇 년 전 새롭게 문을 연 샤반느 레스토랑(La chavanne, 1850m)이 있다. 여름시즌에는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문을 연다. 남향의 테라스에서 휴식을 취하며 메르 드 글래스와 몽블랑을 감상하기 좋다.

플레제르(La Flégère, 1877m)는 ‘꽃의 언덕’이라는 별명처럼 야생화가 유명하고, 패러 글라이딩 천국이기도 하지만 무사히 알프스일주를 마치고 돌아 트레커에게는 안방 같은 평온함을 준다. 샤모니-몽블랑이 네팔이나 티베트와 다른 점은 거대한 자연과 함께 인간이 만든 인공물이 잘 조화를 이룬다는 것. 천혜의 관광자원을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게 만들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걸 즐기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욕망이 잘 조화된 곳이라고나 할까. 샤반느레스토랑에서 평지를 지나 S자의 오르막길을 400m 정도 걸어 올라가면 플레제르 로프웨이역이다. 여기서 케이블카를 타고 샤모니로 내려가면 된다. 걸어서는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플레제르 케이블카역에서 바라 본 테라스와 샤모니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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