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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람지 May 05. 2018

The Girl from Ipanema
이파네마의 소녀

뜨겁고 사랑스러운 리우의 첫 아침을 거닐다

굿모닝 :)

리우에서 맞는 첫 번째 아침.

라이스네 세 식구, 그리고 사랑스러운 강아지 호이는 식탁에서 따스하게 날 맞이한다.

식탁에 있는 재료는 어느 것이든, 머무는 동안 마음껏 식빵에 발라 먹어도 된다면서.

 리우에 오기 전, 지난 몇 달간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은 2016 하계올림픽 개최지인 리우데자네이루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로 가득했었다. 리우데자이네루의 수질이 매우 안 좋아서 물을 절대 마시면 안 된다든지, 치안이 매우 부실하다든지, 등등. 그 이야기들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과장인지는 모르겠으나, 올림픽을 개최하게 된 도시라면 예외없이 나쁜 소문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 통과의례인 듯하다.


 이렇게 직접 와보니, 리우는 따사롭고 안전하고 낭만적인 곳인데 말야.


 라이스의 집에서 나와서 가장 먼저 한 것은 달달한 보랏빛 아사이베리 스무디 한 잔을 사는 일이었다.


 브라질에 왔으면 꼭 맛을 봐야 한다는, 국민 음료 아사이베리. 이가 시리도록 차갑고 달콤한 이 한 잔의 행복을 들고서 곧바로 이파네마 해변으로 갔다. 머리속으로 안토니우 조빔의 <The Girl From Ipanema(Garota de Ipanema-이파네마의 소녀)> 를 흥얼거리며 분위기를 잡으면서. 리우에 오는 상상을 할 때마다 수백 번씩 들으면서 사랑에 빠진 노래다.

Olha, que coisa mais linda

봐, 저 아름다운 광경을

Mais cheisa de graca

우아함이 흘러넘치는 모습을

E ela, menina, que vem e que passa

바로 그녀야. 이 소녀가 다가왔다가 지나가네

Num doce balanco, a caminho do mar

부드럽게 몸을 흔들며 바다로 향하네

Moca do corpo dourado do sol de Ipanema

이파네마의 태양빛으로 몸이 황금빛으로 물든 소녀

O seu balancado

그녀의 몸이 흔들리는 모습은

E mais que um poema

시보다도 더 시적이고

E a coisa mais linda que eu ja vi passar

내가 본 지나가는 어느 것들보다도 아름답네

Ah, por que estou tao sozinho?

아, 나는 왜 이리도 외로울까?

Ah, por que tudo e tao triste?

아, 왜 이리도 많은 슬픔이 있는 걸까?

Ah, a beleza que existe

이런 아름다움이 존재하지만

A beleza que nao e so minha

이 아름다움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네

Que tambem passa sozinha

이것 역시 홀로 지나가네

Ah, se ela soubesse

아, 하지만 그녀가 알았더라면.

Que quando ela passa

그녀가 지나갈 때면

O mundo sorrindo

이 세상이 미소짓고

Se enche de graca

우아함으로 가득찬다는 것을.

E fica mais lindo

그리고 이 세상은 더 아름다워지네

Por causa do amor

사랑 때문에.


 황금빛 태양에 갈색 몸을 훤히 드러내 그을리면서 해변에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것이 리우 사람들의 일상적인 주말인 듯했다.


 오랜만에 과감한 옷을 입었다. 핫팬츠, 스포츠 브라, 그 위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비키니 커버업, 그리고 끝. 한국이었다면 절대 길을 나다닐 수 없는 낯뜨거운 복장이었겠지만, 이 곳 리우에서는 상당히 얌전한 복장인 편이었다.


 몸매가 어떻든 마음대로 살갗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고 그 누구도 뚫어져라 쳐다보지 않는다는 것.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한국이 아닌 외국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대단한 경험이었다.


 해변의 모래에 조심스레 맨발을 파묻어보았다. 며칠 전 이과수에서 부러진 새끼발가락을, 모래가 내 발이 가하는 압력의 형태대로 짓이겨지며 포근히 감싸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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