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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람지 May 14. 2017

무지갯빛 도자기마을, 라끼라

비야데레이바에서 당일치기, 장난감마을 Raquira

남미로 떠나오기 전, 한국에서 블로그로 각종 사전조사를 하던 중 또 어떤 이(?)의 게시물에서 눈에 띈 마을이 바로 라끼라(Raquira)였다. 비야데레이바에서 차로 한 시간~두 시간 거리의, 알록달록한 도자기가 특산품인 작은 마을이라고. 라끼라가 그렇게 알록달록 아름답다고 칭찬하는 그 블로거에게 영업을 당해서, 나는 비야데레이바에 가면 꼭 라끼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리라 마음먹었었다.


비야데레이바와 라끼라를 오가는 버스(라기보다는 하얀색 밴)는 하루에 대여섯편 정도 있는 것 같았다. 비야데레이바 버스 터미널에 가면 그 곳 아저씨(?)들이 버스 시간표를 다 알려주신다. 

점심을 먹고 난 오후 쯤, 라끼라로 출발했다. 


한적한 길을 달려 도착한 라끼라. 버스 기자 아저씨는 메인 광장에 나를 내려주셨다. 다시 비야데레이바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두 시간쯤 후에 이 자리에서 다시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하신다.


내리자마자 눈에 띈 화려한 가게. 

라끼라에는 도자기뿐만 아니라 해먹을 사러 오는 사람들도 많은지, 어느 가게든 해먹을 걸어놓고 있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폰쵸 스타일의 옷도. 

흰색 계열의 폰쵸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ㅠㅠ 가난한 배낭여행자는 패스.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저 과일들이 진짜 과일들이 아니라 전부 도자기다. 

진짜 과일처럼 알록달록, 기분 좋아지는 비주얼.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면 도자기로 만든 모빌들이 가득하다. 

저 앙증맞고 보들보들한 자태라니, 집에 한 개쯤 데려오고 싶었다.

무슨 용도인지는 모르겠지만(저금통? 아니면 그냥 장식용?) 귀여운 아기들. 

왠지 한 번만 쳐다보기에는 아까워서 밖으로 나와 다시 한 번 찍어본 가게의 외관. 이런 집에서 살면 어떤 기분일까?

가게 아래쪽에 옹기종기 모인, 항아리를 진 말들. 올려다보는 눈망울이 너무 귀엽다. 

가게 벽에 걸려있던, 진짜 탐나는 모빌! 

비록 나는 데려가지 못하지만, 저 모빌을 갖게 될 주인공이 정말 부러웠다. 

나름대로 라끼라의 특산품 혹은 콜롬비아의 특산품인듯 했던 이 돼지 저금통들. 돼지 모양의 저금통에 톰과 제리를 그리기도 하고, 미니언을 그려넣기도 하고, 각자 개성 넘치는 얼굴들을 뽐내고 있었다. 

그냥 지나치기 아까워! 귀요미들과 함께 셀카.

곧이어 들어간 또 다른 가게. 사실 가게마다 파는 물건들은 다 비슷비슷하지만, 그래도 방해받지 않고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역시, 종 모양의 모빌과 앵무새 모양의 모빌, 도자기 과일, 화려한 화병 등이 가게를 꽉 채웠다. 도자기로 만들 수 있는 물건들은 다 모인듯.

어딜 가나 비슷한 물건들을 판다고 해서 '다 어디 공장에서 사들여오는 물건들 아니야?' 하는 의심을 했었지만, 이래뵈도 가게 뒷편에 가면 도자기를 굽는 마을이 있다.

라끼라가 도자기마을로 유명해진 것도, 여기서 도자기를 만들기 좋은 흙이 풍부하게 생산되기 때문.

꺄 귀여워! 윗줄에는 미니언들, 그리고 아랫줄에는 어린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만화 주인공 꼬마돼지 페파. 

여기서 또 만나네! 진짜 같은 도자기 과일들.


Todo Raquira라는 이름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새빨간 외벽의 도자기 가게. 

지나칠 수 없어 또 들어가 봤다. 

사진 속 가격표에 모빌이 9000페소라고 되어 있는 것 같은데, 한화로 약 3000원정도 하려나?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다. 심지어 모빌을 자세히 보면 사람 모양이다. 너무 귀엽다. 

또 다른 가게의 외벽. 다들 공통적으로 쨍한 색감에, 건물 하단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찰싹 달라붙어 있는 앵무새와 도마뱀이 귀엽다. 

라끼라 마을이 워낙 작다보니, 가게 몇 개를 둘러보고 나니 할 일이 없어졌다. 

그래서 맨 처음 봤던 가게로 돌아와 외벽 근접 촬영. 

역시 모빌들이 제일 예쁘고 탐이 난다. 

무슨 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원색의 색감이 마음에 들어서 찍었다.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보다 발견한 작은 다리 위에서. 

라끼라는 정말 조용한 마을이었다. 

혼자서 하는 여행이고, 치안이 불안한 곳이라 다른 사람에게 카메라를 맡길 수 없어서 셀카가 많다.

혹시나 우연히 들어와 내 게시물을 보는 분들이 관대하게 이해해주시길..

다시 광장 쪽으로 가 봤다.

하늘이 흐린 편이어서 사진이 잘 안 나온다.

도자기마을 답게, 광장에는 도자기로 만든 귀여운 동상들이 많다. 

전혀 북적북적하지 않고 너무나 한가했던 광장에는 사람보다는 떠돌이 개들이 더 많았다.

다들 어디로 간 걸까? 원래 이런 곳일까?

맘에 드는 여자 동상과 함께. 동상 언니, 한쪽 팔은 어디 갔어요?

난_언니가_좋아요.jpg


아이스크림 가게의 외벽. 

사실은 처음 라끼라의 광장에 도착했을 때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던 곳이었다. 이따가 저기서 아이스크림 사먹어야지! 하면서..

라끼라 답게 스머프와 가가멜이 그려진 알록달록한 아이스크림 가게의 벽. 

스머프와 사진을 찍지 않고 지나칠 수는 없지. 

결국 들어가서 사 가지고 온 아이스크림 가게. 동네 꼬마들이 나를 신기한 듯 쳐다봤다. 하긴, 이 작디작은 마을에 찾아오는 외국인, 그것도 젊은 아시아 여자가 몇이나 되겠어. 

가게가 워낙 어두워서 아이스크림 색깔이 잘 보이지가 않아서, 대충 고른 두 가지 맛. 어두운데서 봤을 때는 민트초코인줄 알고 골랐는데 밖에 나와 보니 쿠키앤크림이었다. 아무려면 어때, 맛보다는 기분 내려고 먹는 건데. 가게 언니가 뿌려준 딸기 시럽과 구슬사탕, 그리고 위에 콕 박아준 웨이퍼 과자까지 전부 싸구려 불량식품 맛이었지만, 그런대로 정겨운 맛이었고 먹을만 했다. 

광장의 난간에 걸터앉아 느긋하게 아이스크림을 즐겼다.

다시 비야데레이바로 떠나는 밴이 이 자리에 올 때까지. 

아이스크림을 다 먹었을 무렵, 내 뒤를 어슬렁거리는 이 누렁이 녀석이 보였다. 녀석에게 살금살금 다가가 애정을 구걸했다.

"누나 혼자 왔어. 누나 좀 봐줘."

입술을 쭉 내미는 내게 관심이 없는, 마성의 콜롬비아 남자 누렁이. 

입술을 쭈우욱 내밀고 끈질기게 접근을 하자, 누렁이가 드디어 코를 벌름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혹시나 내 입속에 뭐 먹을 거라도 있는 줄 알았을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잽싸게 셀카 버튼을 누르며 지긋이 눈을 감아서 탄생한, 콜롬비아견과의 뽀뽀사진. 

뽀뽀를 마친 녀석은 다시 유유히 사라진다. 아디오스, 누렁이!

참으로 사람 눈치를 안 보는 콜롬비아의 떠돌이 대형견들. 

콜롬비아에서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으면 저렇게 커다란 아이들이 수시로 식당을 들락날락한다. 


돌아갈 시간이 되자 때맞춰 등장한 버스를 타고 비야데레이바로 돌아갔다. 

밤이 되어 캄캄해진 광장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있고, 의자들이 가득하다. 뭘까?

사람들이 점점 자리에 앉기 시작한다.

아하, 코파아메리카에서 콜롬비아의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좀 더 보고 싶었지만 곧 만석이 되어서 앉을 자리가 없었다. 하는 수 없지 뭐, 숙소로 돌아가서 내 방 안 TV로나 볼까나, 했는데..! 

했는데....!

짜잔.

우리 호텔 마당에 주인장 아저씨가 대형 스크린과 빔 프로젝터를 설치해놓고 동네 이웃들을 다 부른 게 아닌가.

막 호텔로 들어선 나를 본 아저씨가 반갑게 손짓했고, 덕분에 나도 사람들과 함께 앉아서 콜롬비아를 응원했다.

Vamos!!

고올~!!!!!!

승부차기 끝에 콜롬비아가 이기고 세미파이널에 진출했다.

마당은 난리법석이다. 이 축제 분위기란. 

반대로 콜롬비아가 졌다면 분위기가 어땠을지 상상하기도 싫다. 콜롬비아가 이긴 게 나에게도 참 다행스러웠던 순간 ㅋㅋㅋ

경기가 끝난 후에도 흥이 가시지 않은 사람들은 계속 우리 호텔 마당에 모여 놀았고, 스크린으로는 요즘 가장 인기있는 뮤직비디오를 유튜브로 틀어놓았다. 


기분 좋은 비야데레이바에서의 마지막 밤.

잘 쉬다 갑니다 :)

비야데레이바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담은 길거리 사진. 

바깥 세상에 어떤 일이 생기든, 이 곳은 언제나 딱 이 모습으로 평화롭고 한가로울 것 같다. 

약국에서 차멀미약을 사고 다시 보고타로 떠났다.

다음 행선지, 살사의 도시 칼리로 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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