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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람지 Nov 30. 2017

쿠스코 근교투어(2)

오얀따이땀보, 피삭

살리네라스 다음 코스는 오얀따이땀보. 

마추픽추를 찾은 여행객들이 베이스캠프로 많이 삼는 곳이기도 하다. 이 곳에도 잉카의 흔적이 있다. 

도대체 어떻게 저 높은 곳까지 돌을 쌓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그것도 그냥 돌이 아니라, 잉카문명 특유의 엄청난 크기의, 무지 딴딴해보이는 돌들. 

험준한 산기슭에도 잘 보면 꼭 무언가 유적이 있다. 

내려다보이는 마을.

쿠스코의 '12각돌 거리'에서 봤던 것과 똑같이, 여기에서도 엄청난 크기의 돌들이 서로 종이 한 장 들어갈 틈도 없이 쌓아올려져 있다.

분위기 있는 옆모습을 연출해보려고 했는데 실패. 

사실 너무 아침 일찍 일어난 데다가 모래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셀카를 찍을 만한 기분이 드는 날은 아니었다. 왠지 얼굴에 미세한 모래먼지가 잔뜩 붙어 있을 것 같은 기분. 

도대체 이런 크기의 바위를 누가 어떻게 옮겼는가, 를 고민하는 일행들.

근교 투어 중 수공예품으로 유명한 마을에서 산 라마 털(혹은 알파카 털) 머플러. 

알록달록한 페루 특유의 색감이 마음에 들어서 샀는데, 지금 보니까 한국에서도 두를 수 있도록 좀 무난하고 차분한 색깔을 살 걸 그랬나 싶다. 

근데 그런 거 다들 있지 않나? 여행을 오래 하다 보면 패션 감각도, 미적 감각도 묘하게 한국과 달라져서 그 나라의 취향과 묘하게 닮아 가는 경험. 

그래서인가, 그 때 잔뜩 쌓여 있는 알파카 머플러와 숄들 사이에서도 하필 저 무지개 머플러를 골랐던 내 안목은 딱 페루의 취향이었던 것이다. 

남미 여행을 하면서 매 도시마다 귀걸이를 꼭 하나 이상 샀다. 너무 예쁘다, 한국에서도 하고 다닐 수 있겠다, 하는 생각으로 고른 것들이었는데, 막상 한국에 돌아오니 그 귀걸이를 웬만해서는 하고 다닐 수 없었다. 심지어 지금 그 귀걸이들을 보면 "아니, 내가 이렇게나 화려하고 알록달록하고 치렁치렁하나 귀걸이들을 샀다니!" 하고 질색할 정도다. 남미이기에 할 수 있는, 남미에서 착용해야 비로소 그 아름다움이 살아나는 녀석들인가 보다. 

바위에 앉는 걸 금지하는 팻말이나 제한선 같은 게 없다.

아직은 인간의 손길이 닿는 것이 괜찮다고, 이 돌들이 아직 감당할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걸까?

마스카라가 잔뜩 번져 있다. 메이블린 꺼다. 여러분 메이블린 마스카라 잘 번집니다. 

이제는 클리오 마스카라로 바꿨는데 안 번진다. 

이 날의 나는 뭔가 인디아나 존스의 느낌이 난다. 

꼬질꼬질해서 그런가 보다. 


유적 꼭대기까지 계단이 어마어마한데 우리 일행들은 아무도 높이 올라가는 사람이 없다. 다들 지쳤는지.

다들 내려와서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려는 찰나.

저 멀리서 엄마 라마가 새끼 라마와 함께 유유히 우리 일행 앞을 지나간다.

라마가 신기한 관광객들은 라마가 걸어오는 내내 귀엽다는 탄성을 지른다. 

오구오구.

너무나 귀여운 새끼라마

"우리 아가 예쁘죠?"

참 얌전하고 사람을 겁내지도 않는 예쁜 라마 가족. 

오늘의 마지막 코스, 피삭에 도착했다.

멀리 산 중턱에 구멍이 송송 뚫려있다. 누군가 가이드에게 저 구멍이 뭐냐고 물으니, 가이드 왈, 저 구멍에 사람의 유골이 잔뜩 들어 있다고...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스산하니 사람들도 다들 피곤해지고 가이드도 지쳐보인다. 

이제 가이드 설명 듣기도 지친 듯한 분위기. "아, 빨리 숙소 가고 싶다-" 하는 마음의 소리가 사람들의 표정에서 보이는 것 같았달까. 

아까 가이드가 설명한, 유골을 묻는 바위구멍을 확대해서 찍어봤다. 

추워져서 그런지 정말 으스스하다.

쿠스코 근교 투어도 끝.

다음 날 바로 또 이른 새벽에 쿠스코에 가야 하니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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