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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람지 Dec 04. 2017

세계에서 가장 큰 거울
우유니 소금사막을 걷다(2)

부제: 덜덜덜덜....

다음 코스는 소금 호텔이다.

또 사막을 달리다 보면 소금사막 한복판에 소금 호텔이 나타난다.

'호텔'하면 흔히 떠올리는 것과 다르게 단층의, 별로 크지 않은 건물이다.

건물의 외벽도 소금으로 지어져 있고, 앞에는 역시나 소금으로 만든 조악한 라마 동상 등이 세워져 있다.

조금 더 정교하게 만들 수는 없었을까? 어쩐지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조각칼로 비누를 깎아서 만든 비누인형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비주얼이다. 

소금호텔 앞에는 세계 각국의 국기들이 꽂혀있는데, 당연히 우리나라 태극기도 있었다. 우리 일행은 각자 자기 나라의 국기와 사진을 찍기 바빴는데, 희한하게도 일본 국기가 없더라. 시무룩해보이는 일본인 일행 때문에 함께 열심히 일본 국기를 찾아봤지만 없었다. 일본인 관광객의 수도 적지 않을텐데 왜 없을까? 하는 궁금증이 지금도 남아 있다. 

호텔 내부로 들어갔다. 벽과 바닥, 의자 등이 전부 소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소금으로 만든 라마는 여기에서도 발견!

객실 문.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전부 자물쇠가 채워져있었고, 살짝 들여다 본 방의 내부도 여기서 잠을 자기에는 너무 휑해보였다. 

현재는 숙박을 하는 사람이 없는 건지, 말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느낌은 아니라서 약간 쓸쓸해보였다.

소금호텔에서 빨리 나오라고, 가이드가 더욱 급하게 우리를 재촉한다.

지금은 사막의 건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건기에도 사막에 물이 차 있는 곳이 있기 때문에 물이 찬 곳에서 해가 지는 아름다운 모습을 늦기 전에 빨리 가서 보기 위함이다.


또 얼마간 차를 달리니 정말로 물이 차 있는 곳이 나타난다.

모두들 가이드가 나눠주는 길다란 고무 부츠로 갈아신고 차에서 내린다.

찰랑찰랑, 발등에서 발목 정도까지 물이 올라오는 물 찬 소금사막에 조심스레 발을 내딛어 본다.


찰박찰박, 잔잔하고 얕은 물에서 나는 소리가 예뻤다. 


물찬 우유니의 모습.

듣던대로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처럼, 소금사막은 땅 위의 모든 것을 수면 위에 거꾸로 비춘다.

하늘의 색이 시시각각 달라진다.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

해가 질수록 시시각각 눈 앞의 풍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 일행은 모두들 손에서 카메라를 놓지 못했다.

마치 파도가 치지 않는 채로 거대한 거울로 얼어버린 바다 위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한참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가이드 아저씨가 나를 부르신다. 특별한 동영상을 찍어 주시겠다면서.

"저-기부터 여기까지 천천히 걸어와 봐."

영문을 모르고 천천히 걷는데, 내 걸음걸이에 맞춰 아저씨는 내 핸드폰을 천천히 360도 돌리신다.


위아래가 반전되는, 거울과 같은 우유니 소금사막에서만 찍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영상.

핑크빛과 하늘색이 섞인 아름다운 풍경에, 발걸음이 만들어내는 찰랑찰랑하는 작은 소리가 더해졌다.

순식간에 하늘의 색깔이 또 변했다.

정말 여긴 지구가 아닌, 우주의 어딘가가 아닐까 싶도록 오묘한 남보랏빛과 금빛 하늘.

우리는 모두 끊임없이 탄성을 질렀다. 

해가 지는 속도가 너무 아깝고 야속해서, 같은 앵글 같은 방향의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셔터를 눌렀다. 

내가 다시 여길 올 수 있을까?

언젠가 다시 와야지, 하는 생각으로 보는 여행지보다

여길 다시는 올 수 없을 것이다, 하는 생각이 드는 곳이 더 아름답다던데

이 곳 소금사막이 바로 그런 곳이다. 쉽게 찾아올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더 안타깝고 아름다운 곳이다. 

내 뒷모습.

자세히 보면 수면 위에 동심원이 퍼지고 있다. 

그런데.... 너무 춥다.

남미여행을 다 통틀어 가장 추운 곳이었다.

단순히 발을 동동 구르도록 추운 게 아니라 손과 발이 너무 시렵고 한기가 뼛속에 스며드는 추위다.

해도 다 졌고, 추위를 참을 수 없어서 소금사막의 데이투어는 여기까지. 

안녕, 소금사막.


선라이즈나 선셋 투어까지 한 번 더 하고 갈 수 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내가 잡은 일정상 바로 이날 새벽 네 시에 칠레 국경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했다. 

우유니 시내로 돌아와 맛없는 저녁 만찬을 즐기고 또 곧바로 며칠째 계속되는 새우잠에 들었다. 추위에 덜덜 떨면서,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서 또 가방을 메고 떠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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