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시들해진 모바일 세대가 찾아낸 '꿀잼'
"빠밤빰-빰-빰-!! 빠밤빰~~"
개그콘서트의 엔딩을 알리는 밴드 연주가 온 국민의 즐거운 주말의 끝을 알리던 때가 있었다. 개그콘서트를 보지 않으면 학교에서 친구들과 대화에 낄 수 없다고들 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영원불멸할 것만 같은 <개그콘서트>도 이제는 사람들이 "개콘 아직도 해?!?" 하고 물을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개그야>, <웃찾사>도 막을 내린지 오래다.
이렇게 지상파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부진을 겪고 있는 데에는 정말 여러 가지의 복합적인 이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우선 SNS의 발달, 케이블 방송의 약진으로 인해 젊은 층들은 더 웃기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24시간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지상파는 여러 가지 규제가 있기 때문에 표현의 형식이나 수위에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고, 다른 경쟁 미디어에 비해 젊은 층의 시선을 사로잡기 어렵다. 한편 SNL은 <더빙극장> <3분 남친> 등의 Digital Short 시리즈를 내놓으며 모바일에서도 소비되기 딱 좋은 코너를 내놓고, 최신 이슈가 즉각적으로 반영되기 좋은 라이브 형식을 취하는 등 나름대로 모바일 세대에 살아남기 위한 영리한 전략을 택하는 중이다.
그러나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이 저물어가는 것을 두고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태연히 넘기기에는, 여전히 <개그콘서트>는 많은 코미디언의 꿈의 무대이다. MBC의 <개그야>, SBS의 <웃찾사> 폐지는 곧 코미디언의 공개채용의 중단을 의미했고, 이는 수많은 코미디언 지망생들에게는 분명 좌절스런 상황이다.
이렇듯 '무대'가 점점 사라지는 상황에서, 사람을 웃기는 일을 업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여기 '인터넷'을 그 해답으로 삼은 이들이 있다. 페이스북, 유튜브 채널 등을 개설해서 스스로 유머 콘텐츠를 선보이고 상당한 인기를 얻은 이들이다. '웹예능'이야 넘쳐나지만, 그와는 별개로 '코미디' 그 자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 보물섬
주로 재미있는 상황이나 황당한 상황을 설정해서 랜덤한 일반 시민들을 '현웃' 터지게 하는 내용이 위주가 되는 유머 영상을 만든다. 이들이 <보물섬> 콘텐츠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눈여겨봐야할 것 같다. "방송국에서 더 이상 뽑지 않아서 우리가 알아서 직접 한다"는 것이다. 공채 코미디언을 선발하지 않는다는 것은 많은 코미디언 지망생에게는 암담한 일이겠지만, 역시 모바일 시대에는 이들처럼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음을 보여준다.
다 웃긴 건 아니다. 알아서 웃길 것 같은 영상을 찾아 보시면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k7XyZxkL3zk
https://www.youtube.com/watch?v=58k-BuhSpmY
2. 에나스쿨(개그우먼 황신영)
오늘의 주제에 <보물섬>과는 또 다른 의미로 잘 들어맞는 사례의 코미디언이다. '에나스쿨'이라는 ㅇ황신영씨는 2013년 KBS 공채 코미디언이고 개그콘서트에도 출연했지만, 개그콘서트를 거의 보지 않는 젊은 세대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TV 속의 모습보다는 이 '예술의 전당 분수 지휘녀' 영상으로 더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이 영상 속의 '도른자'가 누구인지 잘 모르고, 개그우먼이라는 사실도 잘 모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PbiaywqZerE
콩트가 위주가 되는 다른 코미디언들과는 달리, 특이하게도 황신영씨는 국악고등학교 한국무용과와 한예종 무용과 출신이다. 덕분에 뛰어난 무용 실력으로 온 몸을 불사르는 개그를 선보여서 뜨거운 호응을 얻는 중이다. 어마어마한 춤실력을 보고 있자면 '쓸데없이 고퀄리티라서 웃기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https://www.youtube.com/watch?v=UNiflRuQyh0
3. 노라조패밀리
처음 나도 이들의 이름을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발견했을 때 깜짝 놀랐다. 설마 했는데, 내가 아는 그 나몰라패밀리가 맞았다. 2006-2007년 경에 SBS <웃찾사>에 동명의 코너로 등장해 다수의 유행어를 히트시킨 바로 그 나몰라패밀리.
한동안 잠잠하던 이들은 불과 며칠 전부터 갑자기 몇 개의 짤막한 동영상으로 뜨거운 반응을 받았고, 요즘 한창 유행하는 "옥께이 오랜만에 찾아뵙게 됐는데... 최초공개할게요 음~ 모르게쒀여"가 이들이 낳은 작품.
이들이 처음 이름을 알렸고 유명세를 얻은 무대인 SBS <웃찾사>도 이제는 TV 속에서 사라졌다는 것이 또한 주목할만한 사실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1l1jZZ1kryk
https://www.youtube.com/watch?v=9V8bnWUmE9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