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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정 Dec 07. 2022

마흔까지만 사는 남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저는 마흔까지만 살 거예요. 더 살 생각 없어요."



마흔까지만 살겠다는 이 남자, 도대체 뭐지?

이 남자는 서른셋쯤 되었다. 이 남자를 2년 전 알았으니 지금은 서른다섯이 되었겠다. 

아니 더 되었을 수 있다. 만약 나이가 더 되었다면 그 남자는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거다. 

그렇다고 이 남자가 지병이 있거나 불치병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신체 건강해 보였고 나이에 관한 생각을 빼면 나름 밝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기억한다. 



이 남자는 키가 훤칠했고 외모는 훈훈했다. 

학원 여학생뿐만 아니라 남학생들도 좋아하는 선생님이었다. 

시크하고 격이 없어서 아이들이 친구처럼 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선생님과 공부하겠다고 오는 학생들이 있었으니 인기 있는 강사임에 틀림없었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시간을 잘 못 지키고 돈 관리를 안 한다는 거였다.




더 늦기 전에 이 남자와 나의 관계를 명확히 해야겠다


이 남자는 전에 잠시 일했던 학원에서 같이 일을 했던 남자 선생님이었다. 

당시 사귀는 여자 친구가 있었고 나는 이 남자와 함께 일하는 동료였다. 

내가 이 남자를 기억하는 것은 훈훈한 외모 때문이 아니라 이 독특한 생각 때문이다.

마흔까지만 살겠다는 남자!



이 남자는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

진짜 마흔이 되면 이 남자는 삶을 포기하겠다는 뜻인가?

아니면 마흔까지만 속세에서 살고 그다음은 자연인으로 산다는 말을 우리가 너무 확대 해석한 것은 아닐까?

진짜 마흔까지만 산다면 그 이야기를 알고 있는 우리는 무언의 방조자가 되는 건가?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지? 



남의 이야기는 앞에서도 뒤에서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철칙이다. 

더군다나 내 글의 소재로 쓰는 것도 솔직하게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이 남자의 사연을 조각조각 들어서 그 이유를 유추할 수는 있지만 그게 진짜 이유인지 나는 모른다. 

최근까지 들은 이야기로는 이 남자는 사람들과 어울려 술 마시는 일과 게임으로 나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 정도가 개인적인 기준으로 지나친 감이 있지만 말이다.



사람마다 기준이 있다. 어떤 사람은 거짓말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 배우자가 거짓말을 하면 당장 이혼하겠다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은 명품을 자신의 자식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키우는 반려견에게 자신의 모든 재산을 넘기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마흔까지만 살겠다는 이 남자의 기준을 다른 사람이 시시비비를 가려 뜯어고칠 수는 없다. 다만 이 남자의 마음이 절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조금만 더 살아보고 결정할게요. 오십까지만 살아보죠."

마흔이 되면 그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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