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이 왔다

다시 만나게 된 세상

by 이숙정




2024년 12월 3일




12월 3일은 추웠다.

겨울이니 추운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비상계엄이 발표됐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다.

영화 속 장면이 아닐까 싶었다. 비현실적이었다.

대통령이라고 알려진 사람은 너무 당당하게 비상계엄 선포를 하고 있었다.





유튜브 채널을 켰다.

국회로 국회의원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모두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잠시 후 국회 상공으로 날던 헬기가 국회에 착륙했다.

국회 계단으로 무장을 한 군인들이 성큼성큼 열을 지어 오르고 있었다.


군인들이 도착한 곳은 국회의사당 정문 앞이었고

미리 도착한 시민들과 군인들은 금세 한데 엉켜버렸다.

맨손으로 막아서는 사람들과, 무기를 든 고도로 훈련된 군인들의 대치는 숨을 멎게 했다.





2024년 12월 3일에서 4일로 넘어가던 시각,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이 뉴스 화면을 채웠다.

국회 본청 외부의 숨 가쁜 상황이 유튜브 방송 화면에 잡혔다.


12월 4일 1시가 지나고 바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턱까지 차오르던 숨이 목구멍 언저리에서 멈췄다.

대통령이라 불리던 자가 계엄해제를 선언하기까지 6시간을 숨도 쉬지 못하고 지켜봤다.

그날은 잠을 자지 못했다.

살이 떨리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2024년 12월 7일




12월 7일은 여의도는 추웠다.

아예 대학 동문 모임을 여의도에서 하기로 했다.

약속 시간도 늦었고 여의도 집회에도 늦었다.

두 시간 정도 늦게서야 여의도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역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역 밖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무리와 다시 역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의 무리가 엄청났다.

떠밀리다시피 여의도역 3번 출구 밖으로 나오니 자연스레 여의도 공원으로 다시 떠밀려 갔다.

멀리서 들리는 희미한 빛과 소리들.



돌아서서 역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윤석렬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것이다.

역 방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거대한 무리 가운데로

방금 지하철역에서 올라온 사람들의 무리가 끊임없이 밀려 들어갔다.



여성들이었다. 대부분 2030 젊은 여성들이었다.

손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걸어갔다.

실망으로 고개를 떨군 사람들 사이를 경쾌하게 가르며

그녀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며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안 됐어?"

"부결됐대."

"그래? 그럼 될 때까지 하면 되지."




- 전해주고 싶어 슬픈 시간이

- 다 흩어진 후에야 들리지만

- 눈을 감고 느껴봐 움직이는 마음 너를 향한 내 눈빛을



-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 마

- 눈앞에선 우리의 거친 길은

-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그날 처음으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가사를 온전하게 들었다.

그녀들이 그렇게 왔다.

될 때까지 하면 된다고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하는 그녀들이 왔다.

각자의 삶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던 그녀들을 만났다.








#응원봉 #여의도 #비상계엄 #다시만난세계 #2030 #국회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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