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국립극단 창작희곡 선정작<모노텔>

by 이숙정





[이미지1] 국립극단 창작희곡공모 선정작 낭독공연(2026) 포스터.jpg 국립극단 창작희곡 공모 선정작 낭독 공연 포스터, 사진 출처 국립극단





사회적 경계에 놓인 이들의 조용한 목소리,

2025 국립극단 창작희곡 선정작<모노텔>




골목 후미진 곳에서 마주할 것 같은 도시 변두리 낡은 모텔, 이곳은 <모노텔>이다. 외부에는 붉은 기운의 네온 간판이 걸려 있고 쇠문의 마찰음과 함께 문을 열리면 프런트 직원이 무심하게 쳐다보고 있을 것 같은 그런 곳. 낭독극으로 무대는 아무런 무대 장치가 없지만 관객들은 낯선 홀에 서있는 느낌이 된다. <모노텔>은 ‘홀로(Mono)’와 ‘말하다(Tell)’가 합쳐진 이 작품의 제목이자 무대 배경이다.



<모노텔>은 [2025 국립극단 창작희곡 공모] 선정작으로 대상을 수상한 이용훈 작가의 작품이다. 이용훈 작가는 2023년 국립극단 [창작 공감:희곡] 공모에서 <오함마백씨행장 완판본>으로 당선되면서 극작가로 데뷔했다. <오함마백씨행장 완판본>은 당시 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자였던 이용훈 작가가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모노텔> 역시 일거리를 찾아 떠돌아다니던 시절 경험한 모텔이란 공간이 무대이자 주제가 됐다.



무대는 모텔을 중심으로 등장인물들의 파편화된 이야기들이 평행선을 그리며 진행된다. 로또 번호를 맞추며 시간을 때우는 프런트 직원, 투숙객이 떠난 객실을 정리하는 야간 청소 노동자, 모텔을 청소하는 이주 노동자 부부, 자신들의 삶에 조용한 마침표를 찍고 싶어 하는 중년의 동성 연인. 살인사건 수사관과 알코올 중독자 등 이들은 혼잣말로, 때론 건조한 대화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모텔은 다양한 투숙객이 모여드는 곳이다. 화려한 호텔이나 휴양객이 넘쳐나는 콘도와 다르다. 모텔은 하루의 노동을 쉬어가는 곳이자, 은둔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문을 닫고 들어가면 다른 세상과 차단이 되는 이곳은 다양한 투숙객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 이영훈은 외지고 허름한 모텔을 거쳐가는 소외된 인물들의 목소리를 미사여구 없이 들려줬다.



<모노텔>은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관객의 흥미를 자극하는 다른 작품들과 사뭇 다르다. 인물들의 이야기는 하나로 엮이지 않고 개별 서사로 존재한다. 그렇다고 아예 이들이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모텔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이거나 모텔의 투숙객이다. 하지만 고립되고 단절된 인물들의 관계는 서로를 소외시키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애도할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는 누군가의 죽음은 그냥 사건이 되고, 환영받지 못하는 동성 연인들은 도피처를 찾아 이곳으로 온다. 그래서일까? <모노텔>은 너무 외롭고 처연하다. 낭독 공연임에도 사회적 경계에 놓인 인물들의 목소리는 오랜 시간 잊히지 않는다.



명동예술 극장에서는 2월 26일부터 28일 3일간 [2025 국립극단 창작희곡 공모] 선정작 낭독공연이 진행됐다. 우수상을 수상한 윤미현 작가의 <옥수수밭 땡볕이지>와 김정윤 작가의 <극동아시아 요리 연구>, 그리고 대상을 수상한 이용훈 작가의 <모노텔>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특히 <모노텔>은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인 박정희가 연출을 맡아 세련되고 깊이 있는 무대를 완성했다. <모노텔>은 2027년 국립극단 시즌 라인업에 정식 공연으로 편성돼 명동예술 극장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실제 경험에서 엮어낸 살아있는 언어와 감정이 눅진하게 배어있는 이영훈 작가의 <모노텔> 정식 공연을 기대하게 된다.




*이 리뷰는 민중의 소리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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