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종이 울렸다. 심리상담을 마친 아들이 돌아올 시간이다.
마음은 바스라질 만큼 메말라 있었는데,
문 앞에는 뜻밖의 택배 상자가 놓여 있었다.
격려의 편지 한 장, 그리고 책 한 권.
표지엔 ‘미움받을 용기’라는 여섯 글자가 또렷했다.
그 순간, 마치 아들이 내 앞에 서 있는 듯했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수줍음이 많았다.
조금만 다정히 말을 걸면 겨우 미소를 짓던 아이.
세월이 흐르면 괜찮아지겠지 믿었지만,
그는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서 절뚝거렸다.
인정받고 싶어 하면서도, 세상과는 멀어졌다.
심리치료를 받으며 아들은 말없이 힘들어했다.
프로이드식 과거 회상은 답답하다고 했다.
나 역시 지쳐 있었다.
그때 우연히 만난 아들러의 철학은
마른 땅에 내린 첫 비처럼 스며들었다.
아들러는 말했다.
“사람이 고립된 게 아니라, 고립을 선택한 것이다.”
과거는 원인이 아니라 목적을 위한 수단이라 했다.
그 말 한 줄이 내 안의 죄책감을 풀었다.
나는 그동안 ‘너를 위해서’라며
사실은 나의 불안을 덜기 위해 아들을 조여왔다는 걸 깨달았다.
책은 놀라우리만큼 쉽게 읽혔다.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을 청년이 대신 물었고,
철학자는 조용히 답했다.
“인생의 의미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네가 너 자신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오래 묶인 끈이 풀리는 듯했다.
아침 햇살이 책표지의 ‘용기’라는 글자를 어루만진다.
아들의 책갈피가 어디에 꽂혀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손을 멈췄다.
‘읽는 것은 나의 과제가 아니다’
아들러의 말처럼, 그것은 아들의 몫이다.
나는 평생 ‘좋은 엄마’라는 가면 아래
타인의 인정을 좇았다.
그 욕망이 결국 아들의 자유를 앗아갔다.
이제는 내려놓으려 한다.
누군가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짜 용기이자 사랑이라는 걸 깨달았다.
산허리에서 본 아들의 걸음은 여전히 느리지만,
이제 나는 재촉하지 않는다.
아들러의 말처럼 인생은 ‘정상’이 아닌
수많은 ‘지금’의 점으로 이어져 있으니까.
여름밤의 바람이 창을 스친다.
그 바람결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
“불행한 것은 과거 때문이 아니야.
단지, 용기가 부족했을 뿐이야.”
오늘도 나는 다짐한다.
미움받을 용기, 변할 용기,
그리고 사랑할 용기를 품고 살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