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잘 모르겠다.
회사 생활 벌써 15년차다. 유학 가기 전에 5년만 다녀야지 하고 입사했는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 연구원이라는 직업의 매력도 한 몫 했지만, 살다보니 이렇게 됐다고 하는게 솔직한 대답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꼭 무엇인가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다. 마냥 실험하고 논문 쓰는데 이끌려 지도 교수님 연구실에 일찍 들어갔고, 그러다 관련된 제약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또 우연치 않은 이직의 기회로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다닌 이력도 생겼다.
지금 생각해 보니, 사회 초년생 시절을 대기업에서 보낸 것은 사회 생활을 하는데 있어 엄청난 행운이었다.
여담이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가 없어 취직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대기업만 바라보니 취직을 못한다고 누군가는 그러더라. 그래서 그들의 힘듦은 그냥 투정이란다. 어쩌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경험을 비춰보면, 나는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지금 근무 중인 중견기업 역시, 업계에서는 탄탄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회사 이름만 들으면 누구든 알 수 있는 인지도 역시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은 참 따라가기 어려운 모양이다.
생각해보자. 이왕에 월급 받고 일하는거, 되도록이면 내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건 당연한 일 아닌가. 임금과 복지 같은 것들을 떠나서도, 직무나 리더쉽 교육 같은 시스템에서는 아주 큰 차이를 보인다. 이렇다보니 대기업으로 몰릴 수 밖에. 물론 내 경험에서 한정된 이야기다.
아무튼.
이러한 경험 탓인지, 전 직장에서는 들어보지 못했던 별종이란 말을 여기선 자주 듣는다. 회사 문화 자체가 아예 반대인 회사를 다닌 탓일까? 반대도 이렇게 반대인 회사를 찾기도 힘들텐데...... 역시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는 똥손인 모양이다. 많은 이직자들은 첫 직장에서의 경험과 교육에 큰 영향을 받는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난 이 회사에서 대기업에서 이직한 사람으로 통하고, 그래서 여전히 뭔가 다른 사람이란 인식이 많다.
또 다른 대명사인 수석 연구원 (보통 부장 직급 정도로 통한다).
사회 초년생 당시, 팀장님의 나이가 지금의 나보다 어렸다. 그땐 무척 높은 자리에서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고 계신 것 같았는데, 막상 그 직급이 되어보니 여전히 방황과 혼돈의 연속이다.
그러니 사회 초년생들이여. 선배들을 너무 어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 사람들도 방황 투성이고, 모르는거 천지다. 물론 본인이 하던일에 대해서만 그대들 보다 조금 더 알고, 회사를 조금 더 파악하고 있을 뿐!!
그렇다고 마냥 좋은 선배들만 있음 얼마나 좋으랴.
나도 이 직급이 될 때까지, 본받아야 겠다고 생각한 선배보다, 절대 저렇게 되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한 선배가 배의 배의 배는 더 많다 (다.. 보고 배워 똑같이 한다던데... 그래서 늘... 걱정이 한가득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 한가지!
좋은 선배는 방황 앞에서 본인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사람이고, 나쁜 선배는 방황 앞에서 본인을 회피한다는 것.
뭐...좋든 나쁘든, 모든 선배가 방황한단 이야기다.
모든 이들이 방황하고 고민하고 모르는 것들과 싸우고 있는 것은 똑같다. 그냥 좋고 나쁜 사람이 뒤섞여 있는 거라고 하면 쉽게 정리 되려나......
그러니.... 너무 어려워말고, 좋은 선배라고 너무 존경하지도 말고,
(나쁜 선배라고... 이 사람한텐 욕하는거 말고 뭘 또 할 수 있으려나......ㅎ그냥 시원하게 욕하자.)
그냥..... 그냥.... 욕할건 욕하고, 좋은건 배우고, 할 말은 하고, 못하겠음 속으로라도 하고 살자
간혹 나처럼 쓴소리 해주는 후배에게 더 애정이 가는 별종 선배들도 있을 터이니
그런 선배가 있다면, 주저 없이 달려가자! 어짜피 우리 모두 방황 중인데 어렵고 말고가 어디 있을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