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은 적은 처음이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것 같은 분위라서 언능 클럽에 다녀왔다. 지하철에서 한라산 한병을 먹고, 지하철에 나왔는데 하도 자주와서 그런지 본능적으로 길을 아주 잘 찾아냈다. 2년만에 갔는데, 어떤 곳은 아예 죽어있고, 어떤 곳은 아주 미어터졌다. 마스크를 쓴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나는 아직 코로나에 걸린 적이 없어서 마스크를 필히 착용했다. 거기서 웃통을 벗은 한 외국인과 파파고로 깊은 대화를 나눴는데, 이 대화를 나누고 나서, '이거 기획좀 되겠는데?' 싶은 마음이 들어서 잊어버리기 전에 글로 남겨두기로 했다.
HE : 당신은 왜 마스크를 썼나요? 클럽 안전해요.
ME : 전 아직 코로나에 안걸렸어요. 병에 걸리고 싶지 않아요.
HE : 나이가 몇살이예요?
ME: 00 (이 친구는 20살이고함)
HE : (놀라며) 당신은 아이가 있나요?
ME : 아니요.
HE : 가족을 가지고 싶지않아요?
ME :아뇨, 한국은 여성에게 너무 잔인해요.
HE : 너무 슬프네요.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ME: 당신이 싫은 것이 아니라 수줍은 것 뿐이예요. 그들을 이해해주세요.
HE: 그렇다면 당신은 클럽에 남편을 찾으러 왔나요?
ME: (당혹) 아니요. 저는 영감을 찾으러 왔어요.
HE: (영감의 번역이 늙은 남자로 나와서 그는 놀란표정을 지었다)
ME:(나는 다시 영감의 다른 뜻을 검색해서 보여주며) 저는 예술가예요.
HE: ('오'라는 표정을 지은 뒤) 당신은 혼자사나요? 애완동물을 키워요?
ME: 아니오, 엄마 아빠가 집근처에 있어요.
HE: 너무 슬프네요. 오늘 다른 사람들이랑 얘기해봤는데 다들 너무 슬퍼요.
ME: 그들은 잘 극복할 거예요. 저도 꽤 강한편이고요.
HE: 그래요, 당신은 다른친구들과 뭔가 다른 것 같네요.
당신은 가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그 웃통벗은 20대 외국인 청년과 포옹을 한뒤 파파고 대화를 마쳤다. 그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다른 친구들과도 파파고로 대화를 했는데, '저 친구 혹시 무슨 논문같은거 쓰나?' 단순히 여자만나러 온 사람 같진 않았다.다른 클럽을 돌아다녀보니까 외국인들이 상당히 많았고, 혼자 오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자꾸 같이 놀자고 하는데 고맙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피곤했다.어떤 부분에선 필을 심하게 받아서 벽잡고 놀고 있었는데, 한 외국인 소녀가 '괜찮냐고 재차물었다' 내가 마약이라도 했을까봐 걱정하는 눈치였다.
어떤 면에서 이 나라는 한국인인 내가 자국민이 아니라, '외국인인 그들의 나라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외국인들은 대체로 무리지어 와서 혼자 노는 친구를 챙겨주었으나, 혼자 쓸쓸히 와서 여기저기 눈치보다가 나한테 와서 '사과주스 드실래요?'라고 묻는 한국 소녀를 봤을 때 더욱 그런 감정이 들었다. 무리지어 온 한국 친구들도 대체로 그들끼리 놀다가지 주변에는 관심이 없었다.
소외됨을 느끼는 외국인이 또 있다면 나는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가진 몇몇을 제외하고 어릴 수록 소외감과 외로움이라는 것을 친구처럼 여기며 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마스크를 눌러쓰고 학교 몇미터 밖에서부터 땅만보며 친구와 거리두기를 하며 홀로 등교하는 초등학생들을 볼 때 더욱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다. 그 친구들이 내 나이쯤되면 아마 엄청난 내공의 전사가 되어있겠지.'그 때까지 더 강하게 잘 버텨주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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