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앞두고 너무 바빴다. 수술하기 전에 만나야 할 사람들, 해야 할 일들, 절뚝거리는 다리로 할 수 없을 일들 미리미리, 짐도 싸고.. 차라리 빨리 병원에 가서 쉬어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였다. 수술을 앞두고 기분이 어떠냐는 친구에게 이렇게 전하니 답이 왔다.
“넌 환자야. 그러니까 좀 쉬어”
그 말을 듣고서야 애써 부정하고 있던 내가 환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간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아니 실제로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별로 감각하고 있지 않던 느낌. 내일 입원이지만 여전히 스스로가 환자라는 사실은 전혀 와닿지 않았던 거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리하면서 수술에 대해서 실감을 할 틈도, 긴장할 틈도 없었다. 무엇보다 환자라니. 병에 걸리거나 아프다기보다 '다쳤다' '불편하다' 정도로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던 나에게 환자라는 말은 어색하기만 했다.
그러니 수술을 ‘빨리’, 회복도 ‘빨리’ 어서 다시 정상적이라 불리는 평소의 상태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만 앞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은 조각났다.
“한번 손상된 연골은 그 전과 같이 복구될 수 없습니다.”
가장 먼저 갔던 병원의 원장님이 가장 먼저 했던 이야기. 거짓말이었으면, 하고 바랐던 시간은 이미 지났다. 삶은 이미 바뀌었고, 앞으로도 계속 바뀔 것인데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나였다. 나이를 먹고, 계절이 흐르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계속 변화하는 것이 생명의 본질이거늘, 어째서 언제나 한결같기를 바랐는가? 영생과 불로를 꿈꾸는 인간의 어리석음은 내게도 유효했다. 누군가 “천천히 어느새 무릎치료가 잘 되길” 이라고 말해주었을 때 그제야 ‘빨리’가 아니고 ‘천천히’ 가도 된다는 것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다. 천천히 가도 돼. 지금 환자고, 앞으로 계속 환자로 있어도 돼. 괜찮아. 조급해하지 말자. '빨리' 치료하지 말고 '충분히' 치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