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경계인의 시즌
“경계인“ 둘 이상의 이질적인 사회나 집단에 동시에 속하여 양쪽의 영향을 함께 받으면서도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아니하는 사람을 뜻한다. 아시아여자로서 다른 나라 남자와 결혼했고 한국이 아닌 낯선 나라에 살면서 나는 경계인이 되었다. 결혼 전에는 애국심이나 애착도가 크지 않고 전통을 얽매이는 것이 거추장스러우니 오히려 잘 됐다 싶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재밌게 잘 사면서 극복하면 되지’ 순진한 나였다.
아무도 신경 안 쓰는 이민자가 된 나는 어릴 때 운동장에서 보던 개미가 된 것과 같다. 바퀴벌레보다 덜 징그럽지만 그렇다고 굳이 집에 데려가고 싶지는 않은 무해한 곤충말이다. 한국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지만 남의 나라 이방인으로 사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미디어에서 찬양하는 신기루의 나라도 사람 사는곳었고 편 안 가르는 척하며 먹고살려고 혈안이 된 것은 매한가지다.
경계인이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선택한 길을 가는데 불안하다.
긍정회로를 차단하는 불안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본다.
이곳에서 이 사람과 헤어지면 남이고
이 나라는 비행기 타고 떠나면
그만 아닌가?
이 사람은 행복하게 살겠지
잠깐 과연 그럴까?
한번 더 곱씹어본다.
나와 헤어질 남의 행복을
뭐 하러 질투할까?
내가 원하지 않는 아이를, 언어를, 간절하지 않은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남들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불안함의 늪에 밀어 넣는 것 아닌가?
한국에 있을 때는 누구보다 자유분방하고 스스로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나를 잃어가는 것 아닐까?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면 해외생활을
하다 보면 경계인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천군만마 같은 나의 비빌언덕을 떠나 모험을 위해 들어선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기간이 경계인의 시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