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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May 22. 2019

월급의 블랙홀인 사교육비

해법은 없을까?

수업 중 한 학생이 엎드려 있다. 아프냐고 물어보니 밤늦게까지 학원 숙제를 했다. 안타깝다. 아직 초등학생일 뿐인학원을 세 군데나 다닌다고 했다. 다 끝나면 9시가 넘고 숙제까지 하면 11시가 훌쩍 넘는단다. 배우는 학생도 피곤하지만 사교육비가 만만치 않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생전에 이 부분을 꼬집었다. 한국 학생들은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하루에 15시간씩 공부를 한다고. 대체 우리나라 학생들은 하루 15시간씩 어떤 공부를 할까?


공부가 진짜 공부가 아니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진짜 학문아니라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우리 아들은 수학을 좋아하는데도 점수가 나쁘다. 시간을 조금 더 주면 충분히 100점 맞을 자신이 있단다. 그런데 문제를 많이 풀어보지 않으니 주어진 시험시간 안에 문제를 다 풀지 못하고 답안지를 낸다고 한다. 결국 분 단위로 문제를 많이 풀어본 학생이 시험을 잘 보는 것이다.


시험 문제를 잘 푸는 것은 명문대에 입학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데에 필요한 기술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런 기술 유리할까?


선대인 연구소장은 《일의 미래》에서 앞으로는 직장보다는 직업의 개념을 가질 것을 권한다. 과거에는 교육을 많이 받고 학력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가질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이제는 고임금 일자리들이 상대적으로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자기만의 특별한 능력을 개발할 것을 강조한다.


특히 부모들이 자신의 노후자금을  사교육비에 과도하게 쏟아붓는 걸 안타까워한다.

“연간 소득이 5000만~6000만 원 정도인 가정에서 연간 1000만 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들이는 것은 우월 전략이라고 보기 어렵다. -중략- 대다수 중산층과 서민 계층 가정이라면 오히려 자녀가 관심을 갖는 분야에서 적성과 소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우월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사교육비 문제는 누구나 느끼면서도 과감히 포기하지 못하는 뜨거운 감자다. 교육계에서도 일찌감치 많은 사람이 이 사교육비 문제를 지적해왔다. 며칠 전 이재학 전 교육부 교육정책 장학관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방과 후 수업’을 최초로 입안하고, 20여 년 전부터 줄곧 과다한 사교육비 절감 방안에 대해 고민해 오신 분이다.


당시만 해도 방과 후 수업제도만 만들면 사교육비가 저절로 절감될 줄 아셨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사교육 열풍은 식을 줄 모르니 답답하다고.


방과 후 수업이 일반화되면 예체능을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가볍게 배울 수 있어서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영어, 수학 등을 선행 학습하기 위해 초등학생들이 밤까지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니 말이다.    


자녀들이 졸업만 하면 취직이 되는 바람에 그동안 들어간 돈이 금방 회수되는 때가 있었다. 그때는 자녀들에게 교육비를 ‘쓴다’라고 말하지 않고, ‘투자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교육비가 ‘나간다’라고만 말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못해 여전히 대학원 입학이나 공무원 시험 준비 등 밑도 끝도 없이 돈이 들어가니.    


자녀들을 무턱대고 학원에 보낼 것이 아니라, 자녀들이 잘하는 것 하나에만 집중해서 투자해 보면 어떨까? 자녀들이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좁은 책상 위에서, 칼 끝 같은 경쟁의 주지교과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하는 것이다.


이때 들어가는 비용은 진정한 의미의 ‘교육비 투자’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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