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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May 24. 2019

착해도 강할 수 있다.

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젊은이들

우리에겐 로망이 하나 있었다. 고전 동화 내용에 나오던, 권선징악이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포인트는 약자가 결국 강해지는 결말이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아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      


방탄소년단의 인기 요인을 분석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시대와 잘 맞아떨어진 SNS 마케팅, 엄청난 연습량, 눈부신 미모, 주제의식이 강한 가사, 멤버들의 매력 등을 꼽는다.  


나는 무엇보다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선한 의도 내지는 태도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의도는 가사 내용으로, 또한 꼼수 부리지 않는 연습량으로, 일상이 소개되는 SNS로, 맑은 표정으로 다양하게 표출된다.


그들의 노래는 가사가 남다르다. 사회 이슈를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기도 하고, 때론 자아성찰에 관한 다분히 철학적이고 순수문학적인 내용을 다룬다.      


그들은 일단 눈매가 선하다. 아무리 알록달록 머릴 염색하고 아이라인을 해도 불량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기존의 힙합이나 댄스곡들이 주는 이미지는 나쁜 남자, 나쁜 여자 이미지가 강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그런 음악을 들으면 질색을 한다.


그러나 방탄 음악은 모든 장르를 다 섭렵하고 있지만 착한 음악이다. 그리고 강하다.      


전 세계적으로 젊은이들은 우울하다. 대부분 신자유주의 경제 여파로 극심한 빈부격차가 벌어졌고, 이로 인해 설 곳이 마땅치 않은 까닭이다.


방탄소년단은 이런 위기에서 두드러진다. 그들에게선  치열한 이 세계에서 어디 한번 끝까지 가 보자는 심산이 느껴진다.  

“그동안 힘드셨죠? 우리가 대신 막아 줄 테니 잠시 쉬세요.” 하면서.


우리 대신 그들 혹독한 연습과 번뇌의 밤들로 이 모든 걸 해낸다. 매일이 힘든 우리의 손바닥 안 기기에서 목숨 바쳐 춤추고 노래한다.


흡사 치열한 전쟁터에서 총을 대신 막아주는 것처럼. 그런 마음을 대변하듯이 그들의 춤은 격렬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이 가쁜 호흡을 다해 춤추며 노래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것을 보고 우리는 안도한다.

‘이 세상은 아직 살만하구나. 저렇게 예쁜 사람들이 즐거워 보이잖아. 그리고 뭐든 최고로 잘 해내잖아. 게다가 엄청 착해 보여. 착해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구나. 그럼 나도 일어서서 다시 한번 해보자.’      


RM이 방송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정국이는 원래 말이 없고 힘든 내색을 잘 안 해요. 하루는 서로 힘든 것들을 털어놓는 자리였는데, 정국이가 펑펑 울고 나서 그러더라고요. 저는 힘든 스케줄이나 다른 건 견딜만한데 형들이 힘들어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천재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저서 《호모 사피엔스》나 《호모 데우스》에서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경고했다. 호모 사피엔스가 멸망하지 않고 계속 생존하는 길은 바로 공동체 의식의 발현이라고. 우린 이제 남을 생각해야 한다. 그게 결국 나를 위하는 결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노래하고 춤추는 방탄소년단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적어도 그들은 음악에서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비틀스 이후 처음으로 전 지구를 하나로 묶는 그들이다. 선한 영향력은 나비효과를 일으켜 아미는 유난히 예의 바른 팬덤이란 소릴 듣게 한다.


그들의 노랠 들으면 꿀꿀했던 기분이 잠시 나아지는 것뿐 아니라 사회를 생각하게 되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얼마 전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은 선배가 있다. 그 선배는 괴로울 때마다 방탄소년단의 영상을 보면서 위안을 삼는다고 한다. 깊이 있는 노래 가사 하나하나가 자기를 위해 하는 말 같단다. 또 칼 군무를 보면서 그들의 노력에 감탄을 한다고.      


우리 사회에 언젠가부터 금 수저 출신, 쿨 내 나는 사람, 나쁜 남자, 고 스펙, 개인주의 등이 성공 요소라는 인식이 생겼다. 하지만 아름다운 20대 젊은이모든 걸 깨뜨리고 있다. 복고적인 느낌마저 나는, 인간적인 일곱 전사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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