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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태풍클럽]을 보고...

그 아이들의 일탈과 방황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by 김형범

1985년 일본에서 제작된 '태풍클럽'이 약 4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2024년 한국의 아트하우스 영화관에 상륙했습니다. 소마이 신지 감독의 이 작품은 단순한 청소년 영화로 시작해 인간 본성과 사회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로 발전하는 놀라운 여정을 보여줍니다.

태풍클럽(1985)_포스터(한국 포스터 왼쪽, 가운데/일본 오리지널 포스터 오른쪽)

영화는 일본의 한 지방 도시를 배경으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고등학교 입시를 앞둔 이들은 겉으로는 평범한 십 대로 보이지만, 내면에는 무언가 폭발적인 일이 일어나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회는 태풍의 형태로 찾아옵니다.


영화의 시작 부분, 수영장 장면에서 들끓는 청춘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수영복을 입고 춤을 추는 여학생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한 남학생의 시선은 음흉하지 않고 장난스러워 보입니다. 이 장면을 보며 처음에는 전형적인 청소년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태풍클럽'이 단순한 청소년 영화를 넘어서는 깊이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남자아이의 수영모습으로 시작해서 여학생들의 수영장 일탈이 더해지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는 목요일부터 월요일까지 5일간의 사건을 추적합니다. 핵심은 태풍으로 인해 학교에 고립된 학생들의 모습입니다. 이들은 문명의 옷을 벗고 원초적인 본능을 드러내며 춤을 춥니다. 이 장면은 청소년기의 혼란스러움을 넘어,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잠재된 원초적 욕망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이는 사회의 규범과 개인의 욕망 사이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학교에 갖힌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자유를 만끽한다

영화 속 주요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운명과 싸우고 있습니다. 마이키 쿄이치의 대사 "개체는 종을 이길 수 없다"는 이 영화의 핵심 주제를 잘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한 청소년의 철학적 고민을 넘어, 인간의 운명과 자유의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농촌이라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바꾸려는 청소년들의 몸부림은, 우리 모두가 겪는 삶의 제약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상징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인물은 시마즈 켄입니다. 켄은 가정 폭력의 피해자로, 그의 삐뚤어진 행동은 가정 내 폭력의 그림자를 강하게 드러냅니다. 그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폭력으로 표현하며, 한 여학생의 등에 약물을 부어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깁니다. 켄이 반복적으로 말하는 "다녀왔습니다"와 "잘 왔니?"라는 대화는 그의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폭력의 순환을 암시합니다. 이를 통해 영화는 가정 폭력이 어떻게 다음 세대에게 전이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영화의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는 마이키 쿄이치가 아이들의 일탈을 지켜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부분입니다. 그는 아이들이 삶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고 말하며 책상과 의자로 재단을 쌓습니다. 그리고 그 재단 위에 올라가 "너희에게 교훈을 주겠다"라고 말한 후, 창문을 열고 뛰어내립니다. 이 장면은 아이들의 "천국"이 파국으로 끝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행동이 인간의 굴레를 끊으려는 시도였는지, 아니면 다른 아이들이 그 굴레를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영화가 던지는 가장 깊은 고민 중 하나입니다.

마이키 쿄이치는 아이들을 내려다보며 교훈을 주겠다고 선언한다

'태풍클럽'에서 가장 궁금했던 또 다른 장면은 타카미 리에의 도쿄 가출 에피소드입니다. 리에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향에 대한 답답함을 느끼고 도쿄로 가출합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을 때, 태풍으로 인해 발이 묶이게 됩니다. 이때 리에가 마주치는 장면은 영화의 전반적인 톤과는 다소 동떨어진, 초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리에는 도쿄에 갖혀서 다시 고향으로 못가는 처지가 되어 태풍을 맞고 거리를 헤멘다

한밤중 텅 빈 시장에서 리에는 이상한 복장을 한 두 사람을 만납니다. 그들은 등을 맞대고 오카리나를 불고 있습니다. 리에가 자신도 불어도 되냐고 묻자, 한 사람이 "오카리나는 아침에 불 수 있다"라고 대답합니다. 이 대답을 들은 리에는 황급히 그 자리를 빠져나갑니다. 이 초현실적인 장면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영화의 결말, 특히 사건이 있었던 학교로 다시 등교하는 두 학생의 모습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기괴한 풍경 속에서도 학교가 예쁘다고 말하는 그들의 모습은, 여전히 미숙하고 성장 중인 청소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과연 변할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도 결국 이전 세대와 같은 모습이 되어갈까?


소마이 신지 감독의 독특한 영화 기법, 특히 긴 호흡의 롱테이크와 익스트림 롱샷은 이러한 복잡한 주제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그의 카메라는 마치 태풍의 눈처럼 사건의 중심에서 냉철하게 상황을 관찰하면서도, 동시에 인물들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파고듭니다.


'태풍클럽'은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영화입니다. 청소년의 성장통, 어른들의 무책임함, 사회의 모순, 가정 폭력의 그림자, 그리고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 등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함을 통해 우리는 한번 더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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