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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Sep 07. 2024

갈릴레오와 피사의 사탑: 과학 역사의 흥미로운 오해

논리적 추론이 만들어낸 과학 혁명

과학의 역사는 종종 극적인 이야기와 함께 전해집니다. 그중에서도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에서 무게가 다른 두 개의 공을 떨어뜨려 물체의 낙하 속도가 무게와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이야기는 특히 유명합니다. 그러나 이 널리 알려진 일화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갈릴레오는 근대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며, 그의 업적은 과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중에서도 물체의 낙하 속도에 관한 그의 발견은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오랫동안 믿어져 왔던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빨리 떨어진다'는 통념을 뒤집은 혁명적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발견은 피사의 사탑에서의 실험이 아닌, 그의 뛰어난 논리적 추론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갈릴레오는 그의 저서 "두 개의 새로운 과학에 관한 대화"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사고 과정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그는 만약 무거운 물체가 정말로 빨리 떨어진다면, 무거운 물체와 가벼운 물체를 연결해 떨어뜨렸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 보았습니다. 한편으로는 가벼운 물체가 무거운 물체를 늦추어 전체가 느리게 떨어져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두 물체의 합이 더 무거워져 더 빨리 떨어져야 한다는 모순된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러한 모순은 초기 가정, 즉 '무거운 물체가 빨리 떨어진다'는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의미한다고 갈릴레오는 결론지었습니다.


이처럼 갈릴레오의 발견은 실제 실험이 아닌 논리적 사고 실험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피사의 사탑 이야기는 아마도 그의 제자들이 스승의 업적을 더욱 극적으로 전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우리에게 과학의 본질이 단순한 관찰이나 실험만이 아니라, 깊은 사고와 논리적 추론에도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줍니다.


이 이야기는 또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실'들이 얼마나 쉽게 왜곡되거나 과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역사적 사실, 특히 과학사의 많은 일화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각색되고 미화되어 전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우리가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도 비판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갈릴레오의 실제 업적은 피사의 사탑 이야기보다 훨씬 더 인상적입니다. 그는 단순한 실험이 아닌, 깊은 사고와 논리적 추론을 통해 당시의 과학적 패러다임을 뒤집었습니다. 이는 과학이 단순히 관찰과 실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사고와 논리적 추론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결국, 갈릴레오와 피사의 사탑 이야기는 과학의 진정한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예시가 됩니다. 그것은 바로 관찰, 추론, 그리고 비판적 사고의 조화입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과학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동시에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 항상 의문을 품고 검증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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