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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새로운 지평: 스크린을 넘어서

변화하는 영상 콘텐츠 시대, 우리의 시선은 어디로?

by 김형범

영화를 이야기할 때면 으레 떠오르는 풍경이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은빛 스크린을 바라보며 팝콘을 먹는 관객들, 그리고 그들의 숨소리마저 잠재울 만큼 강렬한 영상과 음향. 하지만 최근 이러한 전통적인 영화 관람의 모습이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영화 산업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변화의 신호탄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의 급격한 성장이 있습니다. 넷플릭스, 왓챠, 티빙 등 다양한 OTT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고품질의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영화를 보는 방식의 변화를 넘어, 영화의 제작과 유통, 그리고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영화 산업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가져왔습니다.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영화관의 관객 수가 감소하면서 영화발전기금의 주요 재원인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한국 영화 산업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온 영화발전기금의 고갈 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OTT 플랫폼을 통해 더 다양한 작품들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대규모 제작비가 필요한 블록버스터 영화뿐만 아니라, 독립영화나 예술영화,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자신만의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영화'라는 개념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왔습니다. 과연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작품만을 영화라고 불러야 할까요? 아니면 OTT에서 공개되는 오리지널 콘텐츠들도 영화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할까요? 이는 단순한 용어의 정의 문제를 넘어, 앞으로의 영화 정책과 지원 체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세계 각국에서는 이미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넷플릭스와 협약을 맺어 매출의 일정 부분을 자국 영화 산업에 투자하도록 하고 있으며, 독일과 EU에서도 OTT 사업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변화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입니다. 영화의 개념을 넓혀 다양한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양질의 영상 콘텐츠를 포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OTT 플랫폼도 한국 영화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동시에 영화의 본질적 가치는 잃지 말아야 합니다. 플랫폼이 변해도 영화가 가진 예술성, 사회적 메시지, 대중과의 소통 등의 가치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오히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이러한 가치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입니다.


변화는 때로 두렵고 불확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현실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영화관에서의 경험이 주는 특별함을 간직하면서도, 새로운 형태의 영상 콘텐츠가 가져올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영화는 결국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가 어떤 형태로 전달되든,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면 그것이 바로 '영화'일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할 때입니다. 함께 이 변화의 물결을 지켜보고, 그 속에서 영화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가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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