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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언어의 숨은 주역: 프레이밍과 프레임

영상의 특징 10_프레이밍과 프레임

by 김형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화면 구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오늘은 영상 매체의 핵심 요소인 '프레이밍'과 '프레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이 주제가 생소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걱정 마세요. 천천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매일 다양한 형태의 영상을 접합니다. 영화관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감상하기도 하고, TV로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기도 하죠. 이렇게 많은 영상을 접하면서도, 우리는 종종 그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를 간과하곤 합니다. 바로 '프레임'입니다.


프레임은 영상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요소로, 우리가 영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프레임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영상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인 '정지 화면'으로서의 프레임입니다. 우리가 보는 부드러운 영상은 사실 수많은 정지 화면이 빠르게 연속해서 보여지는 것입니다. 이를 초당 프레임 수(FPS)라고 하는데, 보통 1초에 24개 이상의 프레임이 사용되어야 우리 눈에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 의미의 프레임은 우리가 화면을 통해 보는 '영상의 경계'를 뜻합니다. 이는 카메라가 포착하는 세계와 그 바깥의 세계를 구분 짓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영상 제작자는 이 프레임 안에 무엇을 담을지, 어떻게 배치할지를 결정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예술적이고 서사적인 결정입니다.


여기서 '프레이밍'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프레이밍은 프레임을 어떻게 구성하고 활용하는지에 대한 기술을 말합니다. 이는 단순히 화면을 구성하는 것을 넘어 관객의 시선과 감정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프레임 내부, 즉 '내화면'은 관객이 직접 볼 수 있는 영상의 세계입니다. 영화감독은 이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인물, 사물, 배경을 배치하여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구도, 앵글, 깊이감 등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유도하고 특정 요소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인물을 프레임의 중앙에 크게 배치하면 그 인물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구석에 작게 배치하면 고립감이나 무력감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반면 '외화면'은 프레임 밖의 보이지 않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이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소리, 인물의 시선, 움직임 등을 통해 프레임 밖의 세계를 암시함으로써 긴장감을 조성하거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공포영화에서 괴물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지 않고 인물의 공포에 찬 표정만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더 큰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프레이밍은 또한 관객의 정보 접근을 통제합니다. 영화감독은 프레이밍을 통해 어떤 정보를 언제, 어떻게 공개할지 결정합니다. 이는 서스펜스를 만들어내거나 반전을 준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프레이밍은 영화의 스타일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웨스 앤더슨 감독의 대칭적이고 정교한 프레이밍은 그의 영화를 즉시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시그니처가 되었습니다.


프레임의 크기와 비율 또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와이드스크린 포맷은 광활한 풍경을 담아내기에 적합하고, 좁은 프레임은 답답함이나 긴장감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프레임의 형태를 자유롭게 변형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특히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발달로 세로형 영상이 보편화되면서, 프레임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프레임은 또한 시간의 흐름을 조절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긴 시간 동안 한 프레임을 유지하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고, 빠르게 프레임을 전환하면 시간의 급격한 흐름이나 혼란스러운 상황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프레이밍의 개념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VR영화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의 프레임이 사라지고 360도 전방위적 시점이 제공되며, 멀티스크린 작품에서는 여러 개의 프레임이 동시에 제시되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영상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정보 전달과 소통의 핵심 수단이 되었습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의 플랫폼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다양한 프레임의 영상을 접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프레임에 대한 이해는 단순히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다음에 영상을 보실 때, 잠시 프레임에 주목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제작자가 프레임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지, 어떤 감정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유튜브 영상이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볼 때도 프레임의 구성이 어떻게 메시지 전달에 기여하는지 관찰해 보세요. 이는 영상을 감상하는 새로운 차원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프레임은 단순한 기술적 요소가 아닌, 제작자의 시선이자 의도를 담는 창입니다. 이를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영상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 나아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프레임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정의하며, 그 경계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영상의 세계로 향하는 이 작은 창을 통해, 우리는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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