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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Dec 04. 2024

영상의 마법, 그 너머의 진실

기술 발전과 함께 변화하는 영상 매체의 본질을 탐구하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한 번쯤은 '정말 실감나는데?'라고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오늘날의 영상 기술은 우리의 눈을 현혹시킬 만큼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발전된 기술이 과연 우리를 진실에 더 가까이 데려다 주는 걸까요? 아니면 오히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는 걸까요?


영화 제작 기법 중 '롱테이크'와 '딥포커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카메라를 오랫동안 끊지 않고 촬영하거나, 화면의 전체 요소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기법입니다. 이런 기법들은 관객들이 화면을 좀 더 주도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며, 영상의 예술성을 높인다고 평가받아 왔습니다. 예를 들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그래비티'에서는 13분간 끊김 없이 이어지는 우주 공간의 장면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처럼 짧게 잘린 편집보다는 긴 호흡의 영상이 더 예술적이라고 여겨져 왔죠.


하지만 최근 컴퓨터 그래픽(CG)과 딥페이크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러한 '진정성'에 대한 개념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어떤 정치인의 연설 영상이 실제로는 AI로 만들어진 가짜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처럼 영상은 더 이상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는 믿을 만한 도구가 아니라, 때로는 대중을 속이기 쉬운 수단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사실 영상이 현실에 가깝게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곧 현실 그 자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영상은 현실과 멀어지고, 이야기의 허구성을 감추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영상은 결코 완전한 현실이 될 수 없습니다. 단순히 화면의 프레임이라는 물리적 한계 때문만이 아니라, 그 본질적인 특성 때문입니다.


심지어 가상현실(VR)과 같은 최첨단 영상 기술조차도 고도로 계산된 디자인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이끌고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이는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현실감'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영상이 진실 그 자체가 아니라 '유사 사실'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영상 매체를 대할 때 더욱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영상이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실감 나게 보이든, 그것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구성된 현실'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영상을 의심하라는 것이 아니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감상하라는 의미입니다.


결국, 영상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더 풍부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안목도 함께 발전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영상의 마법에 빠져들면서도, 그 너머의 진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때, 우리는 영상 매체가 제공하는 풍부한 경험을 더욱 의미 있게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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