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은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가?_6편

동물 쇼의 그늘, 동물의 고통과 윤리적 문제

by 김형범

과거 동물원을 방문한 많은 이들이 가장 인상 깊게 떠올리는 장면 중 하나는 아마도 돌고래 쇼일 것입니다. 하늘 높이 뛰어오르는 돌고래들이 사육사의 신호에 따라 물속을 유영하며 다양한 묘기를 펼치는 모습은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이와 같은 동물 쇼가 동물들에게 어떤 고통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돌고래 쇼는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윤리적 문제와 동물의 고통을 담고 있는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스페인 로로파크 동물원의 범고래 '모건'이 있습니다. 모건은 쇼를 마친 후 물 밖에 장시간 나와 있는 이상 행동을 보였고, 이 모습이 촬영되어 온라인에 퍼지며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범고래가 물 밖에 오랜 시간 있으면 호흡이 곤란해지는 특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건은 콘크리트 바닥에 힘없이 누워 있었습니다. 이 행동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좁은 수조에서 반복적으로 겪는 심리적 스트레스와 사회적 고립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해석됩니다. 동물 보호 단체들은 이를 '자살 시도'로 간주하며, 모건의 행동이 동물 쇼와 감금의 폐해를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이 같은 행동은 감금된 환경과 쇼를 위한 훈련이 동물들에게 어떤 고통을 안겨주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미국 씨월드에서 있었던 범고래 틸리쿰의 사건이 있습니다. 틸리쿰은 좁은 수조에서 오랜 시간 갇혀 지내며 다른 고래들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틸리쿰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핍과 심리적 고립으로 점점 더 불안정해졌습니다. 결국 그는 3명의 사람을 죽이는 사고를 일으키며 '살인 고래'라는 악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특히 2010년, 틸리쿰은 조련사 돈 브랜쇼를 공격해 그녀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틸리쿰의 폭력적인 행동은 그가 겪은 고통과 외부 자극의 누적된 결과였습니다. 쇼가 끝난 후에도 좁은 수조에 격리되어 금속 빗장을 물어뜯으며 생긴 치아 손상은, 그의 극단적인 스트레스 수준을 잘 보여줍니다. 틸리쿰의 사건은 동물들을 가두어 놓고 훈련시키며 그들에게 요구되는 비정상적인 환경이 얼마나 큰 심리적 고통을 안겨주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한국에서도 돌고래 쇼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대공원은 한때 돌고래 쇼가 큰 인기를 끌었지만,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불법으로 포획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돌고래 쇼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제돌이의 불법 포획 사건은 돌고래들이 단순히 쇼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자연 서식지를 빼앗기고 강제로 전시된다는 문제를 부각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2013년, 서울대공원은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방류하기로 결정했고, 이후 다른 돌고래들도 차례차례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는 인간의 오락을 위해 이용당하던 동물들을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려는 노력이 시작된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동물들이 쇼에서 벗어나 그들이 본래 살아야 할 자연으로 돌아가는 이 과정은, 동물 쇼가 단순한 오락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이 세 가지 사례는 동물 쇼가 동물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주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예입니다. 돌고래나 범고래와 같은 고도의 지능을 가진 해양 동물들은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야 할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바다에서 하루에도 수백 킬로미터를 헤엄치며 그들의 본성을 발휘합니다. 그러나 좁은 수조나 수족관에 갇혀 오직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훈련받고 공연을 해야 하는 그들의 삶은 완전히 왜곡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동물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그 결과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심리적·육체적으로 파괴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동물 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많은 국가들이 돌고래와 고래류의 사육과 쇼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서울대공원이 돌고래 쇼를 중단하고 제돌이를 비롯한 여러 돌고래들을 방류하면서,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은 인간의 오락을 위해 이용되었던 동물들에게 자유를 돌려주려는 작은 노력의 시작일 뿐입니다. 여전히 많은 수족관과 동물원에서 동물들은 비정상적인 환경 속에서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결국, 동물 쇼는 더 이상 단순한 오락거리로만 볼 수 없습니다. 우리는 동물들이 겪는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이 인간의 눈앞에서 펼치는 묘기 이면에는 억압과 고통이 있으며, 우리는 이 문제를 직시하고 그들의 권리를 존중해야 합니다. 더 이상 동물들을 가두고 그들의 본능을 억제하는 쇼를 즐기기보다, 자연 속에서 그들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우리에게도, 동물들에게도 더 나은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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