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은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가?_7편

판다 외교, 동물의 정치적 이용과 그 이면의 문제

by 김형범

판다는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동물 중 하나입니다. 그 귀엽고 평화로운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국가적 자부심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판다는 단순히 귀여운 동물로만 여겨지지 않습니다. 판다 외교는 중국이 오랜 세월 동안 세계 여러 나라와의 외교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사용해 온 중요한 외교 수단입니다. 판다는 중국을 대표하는 상징적 동물로, 중국 정부는 이를 이용해 다른 나라들과의 우호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동물이 단순한 외교적 도구로 이용되고, 그들이 겪는 고통과 윤리적 문제는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판다 외교는 1941년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제스 전 대만 총통의 부인이 미국에 판다 한 쌍을 선물하면서 시작된 이 외교 방식은 1972년 미국과 중국의 수교 당시 판다 두 마리를 미국에 보내며 본격화되었습니다. 판다 외교는 단순히 동물을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상징하며,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판다 외교는 중국과 여러 나라 간의 우호적 관계를 상징하는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1973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를 금지한 '워싱턴조약'이 체결되면서 판다 외교는 단순한 선물의 개념에서 벗어나 임대라는 형식으로 변모했습니다. 현재 판다는 중국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며, 각국에 일정 기간 동안 임대되는 방식으로 제공됩니다. 이 임대 계약은 주로 10년을 기준으로 하며, 연간 12억 원이 넘는 임대료가 부과됩니다. 더 나아가 판다가 임대된 나라에서 새끼를 낳게 되면, 그 새끼 역시 중국의 소유로 간주되며,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판다 외교가 단순한 외교 수단에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를 두고 '판다노믹스'라는 용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판다 외교는 복잡한 경제적, 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있습니다.


하지만 판다 외교의 이면에는 여러 문제들이 숨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동물 복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판다는 매우 민감한 동물로, 그들의 서식지와 환경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판다들은 본래의 서식지인 중국의 산림지대에서 멀리 떨어진 외국의 동물원에서 생활해야 하며, 이로 인해 그들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는 단순히 음식과 기후 적응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판다는 주로 대나무를 먹고 살아가지만, 외국에서 대나무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국적 환경에서 겪는 심리적 스트레스는 판다의 건강과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동물 외교는 이처럼 동물에게 적합하지 않은 환경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정치적 목적만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정치적 이용입니다. 중국은 판다를 통해 외교적 관계를 증진시킴과 동시에, 판다를 이용해 자국의 이미지를 개선하거나 정치적 논란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은 영토 분쟁이나 정치적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무마하거나 국제 사회에서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 판다 외교를 사용해 왔습니다. 판다는 국제적 관심을 끌고, 중국의 이미지 개선에 기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판다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동안, 그들의 자유와 권리는 충분히 보호되지 않고 있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외교적 갈등입니다. 판다 외교는 때로는 양국 간의 외교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태국 치앙마이 동물원에서 사망한 판다 '린후이' 사건은 중국과 태국 간의 외교적 논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중국은 태국이 관리 부실로 판다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하며 보상금을 요구했고, 이로 인해 동물 외교가 단순한 외교 도구에서 외교적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뉴질랜드와 미국 간의 '키위새 외교'에서도 뉴질랜드 정부가 미국 동물원의 부적절한 키위새 관리에 대해 비판하며 외교적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이는 동물 외교가 얼마나 민감한 문제일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동물 외교의 윤리적 문제를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합니다. 동물이 단순한 외교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정당한가?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위해 그들의 삶을 빼앗는 것이 올바른가? 특히, 멸종 위기 동물들이 정치적 상징으로 이용되면서 그들의 본연의 삶이 침해되고 있다는 점에서 동물 외교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중국의 판다 외교는 국제 사회에서 중요한 정치적, 경제적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 동물들이 겪는 고통과 스트레스는 쉽게 잊혀지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동물을 외교적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권리와 복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판다와 같은 상징적 동물이 인간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희생되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러한 동물 외교가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동물 외교는 국가 간 관계를 강화하는 수단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동물들의 삶이 침해되어서는 안 됩니다. 더 나은 동물 복지와 윤리적 대우를 위한 국제적 협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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