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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실험이 바꾼 과학의 역사

이그노벨상과 노벨상을 모두 수상한 괴짜 과학자의 이야기

by 김형범

과학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노벨상을 떠올리곤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인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연구에 수여되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유쾌하고도 엉뚱한 상이 있습니다. 바로 이그노벨상입니다. 이그노벨상은 1991년부터 미국 하버드대에서 발간하는 과학잡지 있을 것 같지 않은 연구 회보에서 시작된 상으로, 처음에는 우스꽝스럽거나 터무니없어 보이는 연구에 수여됩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사람들의 생각을 자극하고, 과학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목적이 담겨 있습니다. 흔히 이 상은 "웃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철학 아래, 기존의 상식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실험에 주어집니다.


안드레 가임이라는 네덜란드의 물리학자는 이그노벨상을 받은 대표적인 과학자입니다. 그는 1996년 금요일 밤, 연구실에서 개구리를 공중에 띄우는 엉뚱한 실험을 성공시킵니다. 이 실험은 강력한 전자석을 사용해 물과 같은 반자성을 띠는 물체가 자기장을 통해 공중에 뜨게 되는 현상을 이용한 것입니다. 이 놀라운 결과는 단순히 엉뚱함을 넘어서 과학적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었으며, 가임 교수는 이 실험으로 2000년 이그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개구리를 공중에 띄운 사진은 당시 물리학 잡지뿐만 아니라 여러 언론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죠.


이 실험은 사실 가임 교수가 연구팀과 함께 진행하던 ‘금요일 밤 실험(Friday Night Experiments)’의 일환이었습니다. 금요일 밤 실험은 연구팀의 주된 연구 프로젝트와는 무관한, 자유롭게 상상하고 실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많은 실험들이 실패로 끝나기도 했지만, 그 중 몇 가지는 과학사에 남을 중요한 발견으로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로 성공한 것이 바로 개구리 공중 부양 실험이었고, 두 번째로는 도마뱀붙이의 발을 모방해 만든 '게코 테이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임 교수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바로 그래핀입니다. 그는 흑연에서 탄소 원자층을 분리해내는 실험을 하다가 스카치테이프로 그래핀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우연하게 시작된 실험은 2010년 노벨 물리학상으로 이어졌습니다. 가임 교수는 이로써 이그노벨상과 노벨상을 모두 수상한 최초의 과학자가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과학이 항상 진지하고 엄격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엉뚱한 발상과 실험이 결국 중요한 과학적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가임 교수는 몸소 증명했습니다. 이그노벨상이 보여주는 것처럼, 과학은 때로는 유머와 호기심,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한 여정일 수 있습니다.


세줄 정리

1. 이그노벨상은 엉뚱하지만 생각을 자극하는 연구에 주는 상입니다.

2. 안드레 가임은 개구리 공중 부양 실험으로 이그노벨상을 받았고, 그래핀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3. 과학에는 유머와 호기심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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