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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Oct 17. 2024

영화[에브리씽에브리웨어올엣원스] 분석_2. 장르

오마주와 패러디를 통해 확장된 영화의 경계

이제 두 번째 글에서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엣원스가 보여주는 독특한 장르적 특성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한 가지 장르로 정의될 수 없는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영화적 요소를 패러디하거나 오마주함으로써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에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영화는 액션, 코미디, 드라마, 그리고 다소 과장된 판타지적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패러디입니다. 여러 장면에서 명작들을 오마주하면서도 이 작품만의 독창적인 해석을 덧붙이는 방식은 영화의 또 다른 매력 요소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패러디 중 하나는 매트릭스 시리즈입니다. 멀티버스라는 설정 자체가 다양한 현실과 그 속에서의 선택을 다룬 매트릭스와 공명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주인공 에블린이 각 멀티버스에서 다른 자신과 연결되고 그들의 능력을 흡수하는 과정은 네오가 매트릭스 속에서 자신을 각성시키는 과정과 유사합니다. 특히 액션 장면에서 보여지는 슬로우 모션과 초현실적인 무술 장면들은 매트릭스의 대표적 스타일을 패러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장면들에 코미디적 요소를 결합하여 새로운 재미를 창출합니다. 예를 들어, 에블린이 각 현실에서 능력을 얻는 방식이 이상하고 우스꽝스러울 때, 우리는 매트릭스의 진지한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느낌을 받게 됩니다.

메트릭스의 구원자 플롯을 그대로 차용했다

또한, 라따뚜이를 패러디한 장면도 눈에 띕니다. 에블린이 다른 우주에서 "라쿤쿠니"라는 이야기 속에 있는 요리사를 만나게 되는 장면은 라따뚜이의 명장면을 그대로 차용한 패러디입니다. 라따뚜이에서 쥐가 요리사를 도와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이 영화 속에서는 라쿤이 주인공을 조종하는 설정이 등장합니다. 이는 코미디와 패러디가 결합된 독창적인 순간으로, 관객에게 친숙한 장면을 재해석하여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영화 속에서 현실과 비현실이 섞이는 멀티버스의 특성을 더욱 강화합니다.

라따뚜이의 상황을 그대로 차용했다

이 외에도, 와호장룡과 같은 무협 영화에 대한 오마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멀티버스 중 한 곳에서 에블린과 적들이 펼치는 화려한 무술 장면은 동양적 무협 영화의 전통을 따르고 있으며, 특히 자연과의 조화, 우아한 동작, 그리고 무중력 상태에서의 전투는 무협 영화의 전형적인 미학을 계승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진지한 무협 장면을 코믹한 순간들과 결합하여 무게감을 줄이는 동시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관객을 새로운 방식으로 매료시킵니다.

무술장면은 무협영화와 성룡영화를 차용했다. 와호장룡이 생각나는 장면도 있는데 심지어 양자경은 와호장룡에 출연까지 했다.

특히 동양 영화의 미학은 화양연화와 패왕별희 같은 작품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화양연화의 정서적 깊이와 느린 카메라 워크는 에블린과 남편 웨이먼드의 관계를 묘사할 때 사용되며, 두 사람의 삶에서 서로 놓치고 있는 감정적 교류와 희생을 상기시킵니다. 화양연화에서 두 주인공이 비밀스러운 감정 속에서 교류하는 모습이 은유적으로 영화의 한 장면에 재해석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오마주는 단순한 패러디를 넘어, 영화 내에서 주인공들의 감정선에 깊이를 부여하는 역할을 합니다.

화양연화의 경우 내용보다는 분위기가 비슷하였는데 이때문에 특별 포스터가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또한, 패왕별희의 비극적인 삶과 정체성의 혼란을 다루는 요소들도 영화 속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멀티버스 속에서 에블린이 마주하는 다양한 자신의 모습들—각기 다른 삶, 다른 선택—은 패왕별희에서 주인공이 느꼈던 혼란과 정체성의 갈등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영화 속에서 에블린이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은 패왕별희의 주인공이 겪는 갈등과도 닮아 있습니다.

다양한 에블린의 모습들 중에 패왕별희의 이미지도 포함되어 있다

결국, 이 영화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물고 새롭게 재창조합니다. 액션, 드라마, 코미디, 무협, 판타지 등 모든 장르를 뒤섞은 듯한 이 영화는 오마주와 패러디를 통해 다양한 영화적 경험을 새롭게 구성하며, 멀티버스라는 주제 아래에서 관객에게 감정적, 지적인 도전을 선사합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엣원스는 단순한 장르 혼합이 아니라, 그 장르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영화로, 현대 영화의 창의적 정점을 보여줍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영화의 구성이 어떻게 멀티버스의 혼란스러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지, 그리고 그 구성 방식이 영화의 주제와 어떻게 맞물리는지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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