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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Nov 22. 2024

보통명사가 된 상표, 브랜드의 딜레마

익숙한 이름들에 숨겨진 이야기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어 중 많은 것들이 사실은 상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예를 들어 "포크레인"이나 "퐁퐁," "대일밴드," "호빵" 같은 단어들은 원래 특정 회사의 제품을 가리키는 상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제품을 넘어, 그와 유사한 제품들을 모두 지칭하는 보통명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이러한 변화는 우리 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단순히 언어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에게는 상표의 보통명사화가 상당한 딜레마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포크레인"을 예로 들어보죠. 사실 포크레인은 프랑스의 'Poclain'이라는 건설 장비 회사의 상표입니다. 이 회사가 만든 굴착기가 한국에서 널리 사용되면서, 사람들은 굴착기를 모두 '포크레인'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포크레인'이라는 단어는 특정 브랜드의 굴착기가 아니라, 그 기계 자체를 의미하게 되었죠. 비슷한 사례로는 설거지할 때 사용하는 세제 '퐁퐁'이 있습니다. 원래는 한 브랜드의 제품명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주방 세제를 '퐁퐁'이라 부르는 현상이 일반화되었습니다. 이런 단어들은 마치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보통명사처럼 변모했는데, 이는 우리 일상에서 너무도 익숙해져 그 상표가 갖는 원래의 의미는 잊히고 맙니다.


이처럼 상표가 보통명사화되는 현상은 일상에서 매우 흔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상표는 그 회사만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인데, 보통명사화되면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대일밴드'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원래 대일화학공업에서 만든 제품의 이름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대일밴드는 이제 모든 반창고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결국, 누구나 '대일밴드'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원래 상표권을 가진 회사는 그 권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예로는 '호빵'이 있습니다. 찐빵을 가리키는 이 단어는 삼립식품에서 처음 출시한 제품명이었으나, 지금은 찐빵 그 자체를 가리키는 말로 자리 잡았습니다. 삼립은 찐빵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호빵'이라는 단어는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찐빵이라는 카테고리 전체를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분명 이득을 본 부분도 있지만, 상표로서의 독점적 가치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큽니다.


이런 보통명사화 현상은 언어적, 문화적으로 자연스러운 변화지만, 기업에게는 경제적 가치를 잃게 만드는 역설적 상황을 초래합니다. 상표가 널리 퍼져 누구나 사용하는 보통명사가 될수록 그 브랜드의 상징성은 약해집니다. '포크레인'이나 '퐁퐁'처럼 상표가 일상어가 되는 순간, 그 상표는 더 이상 특정 회사의 독점적 자산이 아닙니다. 브랜드가 성공하여 널리 알려졌다는 것은 기쁜 일일 수 있지만, 그만큼 상표의 가치가 희석되는 것은 막대한 손실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기업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표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대중의 언어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기에 상표 보통명사화는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상표가 보통명사로 자리 잡는 과정은 그만큼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독점적 가치를 잃게 되는 딜레마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이러한 단어들을 무심코 사용하지만, 그 배경에는 치열한 상표 관리와 법적 논쟁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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