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범 Jul 05. 2024

그리스 로마 동상과 우리의 편견

프랜시스 베이컨의 4대 우상론으로 그리스로마 시대 동상을 바라보다

우리는 오랫동안 그리스 로마의 동상을 순백의 대리석 작품으로 상상해 왔습니다. 그 고고한 백색은 서양 문명의 순수성과 이상을 대변하는 상징처럼 여겨졌죠. 하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우리의 이런 인식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시대의 동상들은 사실 알록달록한 색채로 뒤덮여 있었다는 것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로마시대의 백색의 조각상은 실제로 색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오해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문화와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제시한 '4가지 우상론'은 이 문제를 이해하는 데 훌륭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프랜시스 베이컨_4대 우상론으로 유명한 경험주의 철학자이자 정치가

그리스 로마 동상에 대한 우리의 오해는 베이컨이 말한 '동굴의 우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과 학자들은 발굴된 고대 조각상들을 보며 그 순백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시간이 지나며 색이 벗겨진 상태를 원래의 모습으로 오해했던 것이죠. 이는 그들의 제한된 경험과 지식, 그리고 당시의 미적 기준에서 비롯된 편견이었습니다.


이러한 오해는 '시장의 우상'을 통해 더욱 확산되었습니다. "그리스 로마 동상은 흰색"이라는 잘못된 개념이 학문과 예술계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면서, 이는 마치 검증된 사실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언어와 개념의 오용이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왜곡시킨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미켈란젤로와 같은 르네상스의 거장들이 흰 대리석으로 작품을 만들면서, 이는 곧 고전 예술의 '정통성'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는 베이컨이 말한 '극장의 우상'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우리는 권위 있는 인물들의 해석과 실천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며, 그것이 진리라고 믿어왔던 것이죠.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오해가 '종족의 우상'과 결합하여 인종차별적 사고를 강화했다는 점입니다. 순백의 그리스 로마 동상은 서구 문명의 우월성을 상징하는 도구로 사용되었고, 이는 백인 중심의 역사관과 미학관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우리에게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그리스 로마인들에게 색채는 생동감과 지성, 건강의 상징이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믿어온 '순백의 이상'은 사실 그들의 세계관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죠.


이제 우리는 과거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할 때입니다. 베이컨이 제시한 4가지 우상에서 벗어나, 보다 객관적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스 로마 동상의 진짜 색을 찾는 작업은 단순히 고고학적 발견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고, 더욱 풍부하고 다채로운 세계관을 갖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역사는 때로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야말로 우리를 진정한 지혜와 이해로 이끄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AI 시대의 갈림길: 우리의 선택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