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진 속 시선의 힘

같은 인물, 다른 해석 – 사진이 전하는 주관적 이야기

by 김형범

사진이란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모습을 담는 것이 아니라, 촬영자의 시각과 해석이 결합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실험이 있습니다. 2015년 캐논에서 진행한 이 실험은 한 사람을 여섯 명의 사진작가가 각기 다른 시각으로 촬영하면서, 사진이 얼마나 주관적인 예술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험에서는 한 명의 남성을 모델로 삼고, 각각의 사진작가에게 그의 직업이 다르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같은 사람이지만, 어떤 사진작가는 그를 어부라고 생각하고 촬영하였고, 또 다른 이는 그를 백만장자로 여겼습니다. 한 작가는 모델이 범죄자라는 정보를 바탕으로 분위기를 조성하였으며, 또 다른 작가는 구조대원으로 인식하고 촬영에 임하였습니다. 심지어 알코올 중독자로 설정된 촬영과 심령술사로 설정된 촬영도 각각 전혀 다른 느낌을 자아냈습니다.


그 결과, 여섯 장의 사진은 각기 다른 분위기를 띠었습니다.


백만장자라고 믿었던 사진작가는 모델의 배경을 단순화하여 그가 성공한 인물처럼 세련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강조하였습니다.

백만장자 copy.png

범죄자로 설명된 경우에는 모델에게 과거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려보라는 작가의 주문과 함께 조명을 활용하여 과거의 험난한 삶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범죄자 copy.png

어부로 설정된 사진에서는 모델이 유머러스하고 친근한 인물로 보이도록 연출되었으며, 알코올 중독자로 설정된 사진에서는 모델의 다리 밑에 물병을 배치하여 회복 중이라는 점을 암시하였습니다.

어부 copy.png
알콜중독자 copy.png

사람을 구한 용감한 시민으로 설정된 사진에서는 누군가를 구해 행복해 하는 사람의 표정, 심령술사로 설정된 사진에서는 초현실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부각하기 위해 뒤에 빈 의자를 배치하는 연출이 활용되었습니다.

용감한 시민 copy.png
심령술사 copy.png

이 실험은 사진이란 피사체의 실제 모습보다도 촬영자의 관점과 해석이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같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사진이 이렇게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사진들 역시 특정한 맥락과 의도가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결국,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창작자의 시각과 메시지가 반영된 하나의 이야기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늘을 점령한 인간의 도전: 비행기의 숨겨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