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터의 탄생: 세상을 잰 두 남자의 이야기

혼란을 끝내기 위한 위대한 측량의 여정

by 김형범

길이라는 개념은 인류 문명이 발전하면서부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나라별로, 심지어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마다 사용하는 단위가 달랐습니다. 18세기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한 자가 55cm였고, 다른 지역에서는 80cm였으며, 심지어 같은 단위를 사용한다고 해도 길이가 제각각이었습니다. 이러한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통일된 길이 단위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두 남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프랑스의 과학자 피에르 메샹과 장 바티스트 들랑브르입니다. 이들은 변하지 않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지구 자체를 기준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북극에서 적도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고, 그 1,000만분의 1을 새로운 단위로 정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18세기에는 GPS도 인공위성도 없었기에 이 작업을 직접 수행해야 했습니다. 그들은 줄자로 지구를 잴 수 없었기에, 삼각측량법을 활용해 지구의 크기를 계산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이 방법을 통해 두 도시간의 거리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구 전체의 크기를 추산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들은 프랑스 덩케르크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지 걸어 다니며 측량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프랑스는 혁명 중이었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들랑브르는 혁명으로 인해 측량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고, 메샹은 스페인에서 측량 장비를 무기로 오인받아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가까스로 풀려나 바르셀로나로 향했지만, 이번에는 스페인과 프랑스 간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억류되었습니다. 이처럼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긴 여정 속에서 메샹은 계산 실수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정신적으로도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데이터가 틀렸다는 불안감 속에서 끝내 프랑스로 돌아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들랑브르는 메샹이 남긴 데이터를 정리하며 6년 동안 끊임없이 걸어 다니며 측량을 계속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계산 끝에 지구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었고, 마침내 새로운 단위인 '미터'가 탄생했습니다. 미터는 지구를 기준으로 한 길이 단위였기에 누구나 동일한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었고, 이후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지금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미터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단위가 탄생하기까지는 두 과학자의 피땀이 서려 있었습니다. 그들은 길이를 통일하는 일이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과 기술, 그리고 사회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미터의 탄생은 단순한 단위의 정리가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측정하려는 끝없는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세상을 측정하고 이해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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