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도구가 아니라 동료

비기술 전문가도 창의적으로 AI 활용할 수 있다

by 김형범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기술에 익숙해져 왔습니다. 특히 ‘검색창’이라는 직관적 인터페이스는 우리 사고방식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구글의 검색창처럼 생긴 입력칸을 보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안에 질문을 입력하고 정답을 받는 구조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 익숙함이야말로 생성형 AI를 깊이 있게 활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방해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AI는 단순한 검색 도구가 아닙니다. 제대로 사용한다면, 마치 사람처럼 함께 고민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가는 협업의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AI를 검색처럼 다루면, 단편적인 정보만 얻고 말게 됩니다. 하지만 AI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질문을 하도록 유도하는 순간, 대화의 방향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대신, “이 문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선 어떤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할까?”라고 묻는 방식입니다. 그렇게 되면 AI는 되묻습니다. “어떤 맥락에서 이 문제가 생겼나요?”라든가, “이전에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보셨나요?” 같은 질문들을 통해 사용자의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 자체가 하나의 사유의 과정이 됩니다.


이처럼 AI를 ‘질문을 던지는 존재’로 바꾸는 일은 사소해 보이지만, 매우 본질적인 전환입니다. 질문은 사고의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던지는 질문의 질이 곧 우리가 얻는 답의 질을 결정합니다.


AI를 도구로 사용할 때와 동료로 대할 때의 차이는 여기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도구는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이건 별로야” 하고 끝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료가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물을 내놓았을 때는 다릅니다. 우리는 피드백을 주고,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합니다. 마찬가지로 AI에게도 “이 부분은 조금 진부한 것 같아. 색다른 관점에서 다시 구성해줄 수 있을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AI를 '가르치고 코칭하는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할 때, 협업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손가락보다 목소리를 사용하는 방식이 이 협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입니다. 키보드를 사용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무엇부터 써야 할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머릿속에서 정리된 문장만 입력하게 되죠. 하지만 목소리로 이야기할 때는 다릅니다. 우리는 흔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생각을 흘려보내듯 말합니다. 그 ‘흘러나오는 말’ 속에서 AI는 맥락을 잡아내고, 핵심을 뽑아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AI는 말의 모호함 속에서도 질서를 찾아내는 데 능합니다. 그렇기에 말을 시작하는 것이 생각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이 모든 흐름에서 중요한 것은, 창의성의 본질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했어도, 인간이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방식 자체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오히려 AI가 ‘그럴듯한 결과물’을 너무 쉽게 내놓기 때문에, 우리는 더 쉽게 ‘만족’하게 됩니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입니다. 괜찮은 답변에서 멈춰버리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창의적인 존재일 수 없습니다. 한 중학생이 한 말이 인상 깊습니다. “창의성이란, 첫 번째 생각을 넘어서 두 번째, 세 번째 생각까지 가는 것입니다.” AI가 제공하는 ‘첫 번째 아이디어’는 창의성의 출발일 뿐, 도착지가 아닙니다.


결국, AI와 함께 일한다는 것은 ‘명령과 실행’의 관계가 아니라, ‘탐색과 조율’의 관계입니다. 우리가 AI에게 무엇을 시키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AI가 우리와 함께 무엇을 고민하게 만드느냐입니다. 기술을 사용할 줄 아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가 관건입니다. AI는 도구가 아니라 동료입니다. 그리고 그 동료는, 우리가 어떤 태도로 마주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협업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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